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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함정' 외교에 분노…지하드 테러 타깃, 美→中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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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는 경고가 나와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의 테러 전문가인 모하메드 시난시예흐는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강경주의자들이 지난해 말 수라바야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강경주의자들이 지난해 말 수라바야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말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슬람원리주의 연합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가 준비 중이던 테러 계획을 좌절시켰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제마 이슬라미야는 1990년 결성돼 동남아에 이슬람통합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단체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의 건물을 공격하려던 계획이 사전에 드러나며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공격 이유로 처음엔 중국계 주민에 의한 공산주의 확장이 거론됐지만, 이는 얼마 후 거짓으로 판명됐다.

지난해 12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한 무슬림 청년이 동투르키스탄 깃발을 상징하는 마스크를 쓰고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12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한 무슬림 청년이 동투르키스탄 깃발을 상징하는 마스크를 쓰고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시예흐에 따르면 진짜 이유는 인도네시아 내 반(反)중국 정서였다. 2010년대 중반까지 지하디스트의 주요 공격 대상은 서방 국가였다. 특히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기지를 설립하면서 지하디스트의 반발이 격렬해졌다.
한데 최근엔 미국을 대신해 중국이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시예흐는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중국이 비록 이슬람 정권의 전복을 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빚의 함정(debt trap)’ 외교를 펼치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태국 방콕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5년 태국 방콕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좋은 예다. 중국은 이들 나라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함반토타나 과다르와 같은 주요 항구의 운영을 장악하게 됐고 이게 지하디스트로부터 제국주의적 접근이라는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베이징이 점차 군사기지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북동부의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세웠는데 이 같은 중국의 행위가 지하디스트 그룹 안에서 중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이 자카르타의 중국대사관 앞으로 몰려나와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DPA=연합뉴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이 자카르타의 중국대사관 앞으로 몰려나와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DPA=연합뉴스]

세 번째는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억압이다. 이는 이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그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은 알카에다 지부로 그 주요 전투 구성원이 신장에서 온 사람들이며 IS에도 많은 위구르 전사들이 있다. 여러 지하디스트 그룹은 반중 정서를 이용해 신병을 모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보안요원들이 지난 2017년 11월 신장위구르족자치구 카슈가르의 한 이슬람교 예배당 앞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보안요원들이 지난 2017년 11월 신장위구르족자치구 카슈가르의 한 이슬람교 예배당 앞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지막은 중국의 맹방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내 반중 정서가 여러 테러 공격을 점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발로키스탄 해방군이 파키스탄 내 중국 투자를 겨냥해 테러 공격을 펼쳤을 때 여러 무력 단체가 힘을 더한 게 그 좋은 예다.
지하디스트가 분노하는 이유는 중국 계약자들이 파키스탄의 문화를 경시하고 또 중국 건설 노동자를 데리고 와 파키스탄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반감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 사리나 쇼핑몰 주변에서 테러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폭발물이 터지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 사리나 쇼핑몰 주변에서 테러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폭발물이 터지는 모습. [뉴시스]

이와 비슷한 반중 정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시예흐는 주장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초유의 사태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위축되던 지하디스트 그룹이 존재감을 표시하기 위해선 새로운 적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아직은 무슬림 주류의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직접 연계돼 있지는 않지만, 중국의 덩치가 커질수록 관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지하디스트의 눈에 미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악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그간 미국 등 서방이 테러 타깃 #최근 중국 세력 확장에 공격목표 돼 #'일대일로' 사업에 "제국주의적" 반감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으로 #동남아 무슬림 반중 정서도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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