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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외국인도 ‘코로나 블루’···텃밭 분양하니 인기폭발

중앙일보

입력

송도행복텃밭 가꾸기 대상자로 선정된 한 외국인 가정이 작물을 가꾸고 있다. [인천경제청]

송도행복텃밭 가꾸기 대상자로 선정된 한 외국인 가정이 작물을 가꾸고 있다. [인천경제청]

"사람 만날 기회도 없고 답답했는데 이런 모임이 있어 다행입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행복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캐나다 출신 코린 카르자마(35·여)의 말이다. 음식 사진작가로 일하는 코린은 지난 4월부터 이곳에서 당근·허브·토마토·케일·라벤더 등을 키웠다. 둘째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매일 텃밭을 찾아 채소를 가꿨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외국인은 코린을 포함해 총 18명. 틈틈이 텃밭을 찾는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텃밭 인구는 50명을 넘는다. 땅콩호박·허브·방울토마토·비트같이 다양한 채소를 기른다. 이들은 번갈아가며 텃밭 내 잡초를 제거하고 농사 정보도 공유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코로나 블루(Corona+Blue·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텃밭 가꾸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 19 확산으로 각종 대면 모임이 줄어들자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도 늘었다. 자가격리 등 문제로 선뜻 고국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자 우울감을 호소했다. 고충을 알게 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행복텃밭 가꾸기 사업’을 기획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송도행복텃밭 내 외국인만의 공간을 조성해 서로 교류할 기회를 늘렸다.

'코로나 블루' 막으려 텃밭 가꾼다

송도행복텃밭 가꾸기 대상자로 선정된 외국인들은 지난 4월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6명씩 3개조로 나뉘어 경작을 시작했다. [인천경제청]

송도행복텃밭 가꾸기 대상자로 선정된 외국인들은 지난 4월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6명씩 3개조로 나뉘어 경작을 시작했다. [인천경제청]

지난 3월 인천경제청 정주지원팀은 인천 연수구로부터 유휴지 약 60㎡를 분양받았다. 텃밭 조성지를 선정한 데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업홍보에 나섰다. 수많은 신청자가 몰렸고 외국인 18명을 선착순 선정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참가자를 6명씩 3개 조로 나눴다. 각 조당 6평(24㎡) 규모의 땅을 배정받은 이들은 지난 4월 처음으로 모종을 심었다.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는 동안 조원 간 사이가 돈독해졌다. 조별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채소 재배 방법 등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요리 레시피 등도 나눈다. 코로나 19가 다소 풀렸을 때는 오이·토마토 등 수확한 채소로 식사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치엔 청이 송도행복텃밭에서 재배한 땅콩호박. [인천경제청]

치엔 청이 송도행복텃밭에서 재배한 땅콩호박. [인천경제청]

텃밭 가꾸기에 참여한 도시농부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인천경제청 페이스북을 보고 행복텃밭에 참여한 치엔 청(중국 국적 여성)이 대표적이다. 남편, 8개월 아이와 함께 송도에 사는 그는 “지난 4월 회사 동료에게 받은 땅콩호박씨를 심었고 8월에 호박을 수확했다”며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못해 적응이 힘들었는데 행복텃밭 덕분에 모르던 이웃들도 알게 되고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도 콜카타 출신 미누 준훈왈라(42·여))는 “텃밭 참여 신청을 받을 때 인도에 있어 접수 기회를 놓쳤는데 선정된 사람 중에 포기한 분이 있어 운 좋게 대신 참여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10살 된 딸과 함께 허브를 키운다.

“외국인 도시농부 기회 늘릴 것”

3조 소속 치엔 청이 송도행복텃밭 내 경작지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천경제청]

3조 소속 치엔 청이 송도행복텃밭 내 경작지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천경제청]

인천경제청 정주지원팀은 한국말과 문화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도시농부를 위해 통역 등을 지원하고 있다. 조별 단체 채팅방에 함께하면서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외국인 도시 농부의 텃밭 가꾸기는 올해 11월이면 끝난다. 인천경제청은 내년에도 행복텃밭을 운영하는 한편 참여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종철 인천경제청 정주지원팀장은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코로나 블루를 겪던 외국인의 참여가 이어졌다”며 “좋은 취지 사업인 만큼 참여 인원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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