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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툰베리 한국 오면 넌 운동권이냐 소리 들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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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청년 기후변화단체 소속 활동가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재민·오지혁·박소현·신은섬·강은빈씨. 이시은 인턴

청년 기후변화단체 소속 활동가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재민·오지혁·박소현·신은섬·강은빈씨. 이시은 인턴

올여름엔 유난히 비가 많았다. 54일 이어진 긴 장마에 초강력 태풍도 덮쳤다. 피해가 속출하면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선 ‘장마가 아니다. 기후위기다’란 말이 해시태그를 타고 퍼졌고,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 사회 경각심도 높아졌다. 밀레니얼(1980~2000년대생) 세대 환경운동가들의 역할이 컸다.

밀레니얼 환경 활동가들 호소 #“기후운동을 스펙쌓기 치부, 화 나” #“채식주의냐 사이비 종교냐 오해” #운동권 취급, 취업 불이익 걱정도 #“정치인들은 예산 따는데만 이용”

“지금의 어른들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잖아요. 청년과 청소년이 기후변화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죠.”(강은빈·23·청년기후 긴급행동) “전면적인 변화를 얘기할 수 있는 10대와 20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목소리를 더 내야 합니다.”(오지혁·20·청년기후 긴급행동)

지난주 청년 환경운동단체 4곳(긱·빅 웨이브·가디언즈오브클리이밋·청년기후 긴급행동)의 활동가 11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2일 서울로7017윤슬광장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에도 직접, 또는 유튜브 채널로 참가한 이들은 먼저 우리 사회의 편견부터 지적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7세 환경운동가)가 한국에 오면 ‘채식하는 운동권’으로 백안시된다”는 것이다. 김지윤(29)씨는 “‘너 운동권이냐’는 프레임이 저희에게 딱 적용되는 것 같다”며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직장인인 김씨는 대학 때부터 7년째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청년 환경운동단체 ‘긱(GEYK·Green Environment Youth Korea)’의 공동대표다. 그는 “청년 세대가 (기후변화 문제의) 당사자라고 이야기해도 공감하지 않을 때 아쉽고, 기성세대가 기후변화 운동을 ‘스펙 쌓기’로 치부하거나, 남 일 보듯 ‘기특하다’고만 할 때 화가 난다”고 했다.

조은혜(29·가디언즈오브클라이밋)씨는 “한국 청년들의 기후변화 운동은 해외와 비교하면 대규모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 원인의 하나로 부정적 시선, 편견을 꼽았다. “(환경 얘기를 하면)‘교회 다니냐’고 묻거나, 불교 등 종교적인 문제로 연결 짓기도 한다”(신은섬·23·빅웨이브)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언급하면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다슬·27·가디언즈오브클라이밋) “채식주의자나 환경보호를 위해 대중교통조차 타지 않는 극단적 생태주의자로 오해받는다”(김지윤) 등이다.

이지우(20·긱)씨는 “학교 환경모임에 가입한 친구들도 얼굴, 실명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강성 운동권으로 오해받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2일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환경운동가들. [뉴시스]

12일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환경운동가들. [뉴시스]

기성세대, 특히 정치인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2016년 ‘청년들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 방향 모색’ 취지로 설립된 ‘빅웨이브(Big Wave)’ 운영위원 임재민(30)씨는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운동가를 (국회로) 부를 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하지만,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정책과 예산을 갖다 붙이는 식으로 청년을 소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소현(23·빅웨이브)씨는 “언론에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시스템과 대응책에 대한 목소리를 더 많이 다뤄야 한다”며 “환경이란 주제에 국한되지 말고 다른 주제(안보·경제 등)와 기후변화를 같이 다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청년 활동가들은 “그래도 몇 년 새 규모가 작은 청년 기후변화 단체들이 조금씩 느는 것은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상언·박건·최연수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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