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사과" MBC 300명 재시험 치른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14 18:47

업데이트 2020.09.14 19:19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고소인이 ‘피해호소인’이냐, ‘피해자’냐를 신입 기자 채용 시험 문제로 출제해 논란을 일으킨 MBC가 결국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MBC는 14일 오후 ‘논술 시험 출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해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재시험 대상자는 13일 공채시험에 응했던 300여 명으로, 구체적인 시험 일정은 미정이다.

논술 시험 출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문화방송은 2020년 9월 13일 공개채용을 위한 필기시험 및 논술시험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중 취재기자와 영상기자 직군을 대상으로 한 논술 문제의 적절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논술 문제 출제 취지는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평가 사안이 아닐 뿐더러 관심 사안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취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문화방송은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화방송은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이번 논술 문제를 채점에서 제외하고,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 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하여 재시험을 치르겠습니다. 구체적인 논술 시험 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문화방송은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MBC는 13일 치러진 신입 기자 공채 논술시험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를 문제로 출제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사 지망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자 “논제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의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정파적인 논제” “사상 검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피해호소인’은 지난 7월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지칭한 용어로. 당시에도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성폭력방지법 등 관련 법상 ‘피해자’ 용어가 맞다고 입장을 밝혔고, 결국 민주당도 고소인의 호칭을 ‘피해자’로 통일한 바 있다.

MBC는 14일 오전까지만 해도  “해당 문제의 출제 취지는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한 것으로,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전혀 평가 사항이 아니다”며 논란을 일축하는 분위기였으나 MBC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오후 5시쯤 전격적으로 재시험을 결정했다. 이날 보수 성향의 MBC노동조합은 ‘성추행 피해자라 부르지 못했던 MBC의 논술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MBC 보도 행태로 미루어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된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힐 것을 박성제 사장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오전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MBC 논술 시험 논란과 관련, “피해자는 이 상황에 대해서 ‘참 잔인하다’고 표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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