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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핵전쟁 일촉즉발 상황…매티스도 北 항구 폭격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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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7년 한 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실제 우려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북한이 한미의 미사일 발사 대응에도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자 북한 항구를 실제 폭격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연쇄 사태가 전쟁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에 중단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전쟁 가능성에 관한 무관심에 매티스 고민을 심하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7년 한 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실제 우려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북한이 한미의 미사일 발사 대응에도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자 북한 항구를 실제 폭격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연쇄 사태가 전쟁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에 중단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전쟁 가능성에 관한 무관심에 매티스 고민을 심하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최대한 군사적 압박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보다 공격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북한 항구를 실제 폭격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북한이 2017년 7월 4일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7월 28일 두 번째 ICBM 화성-15형 발사에 이어 8월 29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라 불릴 만큼 신중론자인 매티스 국방장관마저 무력경고 차원의 북폭을 검토했다는 뜻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가 묘사한 2017년 일촉즉발의 상황 중 한 장면이다.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RAGE)'에서 첫 공개 #"한미 미사일 대응에 北 군사압박 못 느낀다" #"북한과 연쇄사태가 전쟁 촉발" 숙고후 포기 #"북과 핵전쟁 발발 공포, 수백만 타 죽을 것" #"작계 5027, 핵무기 80기 사용방안 포함" 논란 #軍 "작계에 핵 사용은 없어, 美 독자계획 추정"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보가 울리자 곧바로 소집된 극비 국가사태회의 보안망에 접속한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이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해상에 떨어지는 걸 지켜본 뒤 "북한은 통제 불능"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세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세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장면. [연합뉴스]

앞서 7월 4일 첫 ICBM 발사 때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이 미 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킴스)을 대응 발사했다. 에이태킴스 발사 지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장면을 참관한 텐트까지 거리를 정확히 계산해 186마일을 날아가도록 했다.

군 소식통은 "당시 미군이 위성사진을 통해 김 위원장 텐트의 정확한 좌표를 잡아서 확인한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2차 ICBM 발사 땐 한국군 현무-2, 미8군 전술 미사일을 함께 발사했다. "한·미동맹은 어떤 기상조건에서도 긴급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종심 정밀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성명을 냈다.

하지만 또다시 미 본토를 향할지 모를 장거리미사일 발사 경보가 울리자 매티스 장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고 실제 북폭을 고심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이때에도 매티스는 "어떤 북한과의 연쇄 사태가 전쟁을 촉발할까"를 숙고했다고 적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44년을 전장에서 보낸 매티스조차 "2017년 한 해를 수백만 명이 숨질 수 있는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점점 더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허가가 자신의 권고에 달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매티스는 "만약 꼭 그래야 한다면 어떻게 하나", "당신은 수백만 명을 태워죽일 것"이라고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15일 출간하는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EPA=연합뉴스]

15일 출간하는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무심함은 매티스의 이런 고민을 심각하게 할 뿐이었다. 우드워드는 매티스가 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너무 닥치는 대로고 충동적이며, 사려 깊지 못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신 짓누르는 무게감에 매티스는 북한의 미사일 경보가 울리지 않는 날엔 펜타곤을 떠나 워싱턴 대성당이나 2차대전 추모 성당의 예배실을 찾아 나 홀로 앉아 묵상에 잠기기도 했다.

우드워드의 책에서 2017년 전쟁 위기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미 전략사령부가 2017년 당시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80기 사용까지 포함된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다는 내용이다. 작전계획 5027은 한·미 연합군이 북한의 전면 남침을 격퇴하기 위한 기본 계획인데 여기에 미국이 핵무기 80기를 사용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 게 논란거리다. 이 부분은 고민하는 매티스의 심리 묘사 뒤에 나온다.

“이 나라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는 김정은의 사태 확대를 막아야 한다. (핵은) 억지 수단으로 존재하지만 사용되지 않았다. 사용은 미친 짓이다. 그는 하지만 정말로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일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끔찍한 생각이 몇 달째 그의 마음 뒤편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면에 꺼낼 때가 됐다.”

우드워드는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같은 전쟁계획은 선반 위에 있었다"며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전략사령부는 북한 정권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했으며, 미국의 (북한의) 공격 대응책은 핵무기 80개의 사용을 포함할 수 있었다. 지도부 타격 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15도 업데이트됐다”라고 소개했다.

핵무기 80기 방안에…전문가 "美 전략사령부 독자 계획 마련한 듯"

2017년 9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편대와 F-35B 스텔스 전투기, 한국 공군 F-15 전투기 편대가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 한반도 상공을 나란히 비행하고 있다. 우드워드는 일주일 뒤 9월 25일 미군기 20여대가 DMZ 인근까지 북상해 독자 모의타격훈련을 벌이자 한국 정부가 "도를 넘었다"고 항의했다고 공개했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편대와 F-35B 스텔스 전투기, 한국 공군 F-15 전투기 편대가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 한반도 상공을 나란히 비행하고 있다. 우드워드는 일주일 뒤 9월 25일 미군기 20여대가 DMZ 인근까지 북상해 독자 모의타격훈련을 벌이자 한국 정부가 "도를 넘었다"고 항의했다고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 80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자체가 공개된 게 처음이다. 한·미동맹 간 협의가 전혀 안 된 내용이어서 그 자체로도 논란이 일 수 있다.

군 소식통은 "한반도 전구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은 수천개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을 포함한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북 남침 격퇴 계획이지, 그 안에 핵무기 사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 내용은 작계 5027과 미 전략사령부의 독자 핵사용 계획이 혼재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도 "미국이 좁은 한반도에 2차 대전때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수십~수백 배 위력인 전략 핵무기 80기를 사용한다는 건 상상조차하기 힘든 일"이라며 "과장이거나 원론적 검토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백㏏~MT급 전략핵 아닌 수㏏ 안팎 전술핵 활용 검토일수도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핵전쟁 대비 계획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러시아, 중국 등을 가상한 계획을 항상 검토하고 업데이트한다"며 "우드워드의 책은 북한과의 핵전쟁 상황을 대비한 최신 계획을 공개한 것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전략 핵무기가 아니라 수㏏~수십㏏ 전술 핵무기를 지칭하는 것일 수 있다"며 "미국은 B61 같은 기존 전술 핵폭탄과 전략 핵탄두의 위력을 조정하는 기술을 보유해 대규모 전술핵 운용이 가능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美 B-1 등 DMZ 모의 타격훈련…文 NSC 열고 "도 넘었다" 항의

그해 9월 25일 미군 사령부는 독자적으로 B-1B 폭격기 편대와 20여대 전투기를 북방한계선 너머 북한 영공 진입 직전에 돌아오는 비행해 모의 타격훈련을 벌였다. 이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미국에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불만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드워드는 "이런 도발 행위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미국민은 2017년 7~9월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거의 알지 못했다"고 썼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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