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연합훈련 중단시키자 매티스는 훈련을 쪼갰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14 13:52

2017년 10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고위급 군 지도자 회의가 열렸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7년 10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고위급 군 지도자 회의가 열렸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갑자기 취소하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쪼개기' 훈련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북·미 회담 후 트럼프 "한·미 연합훈련 중단"
매티스 "훈련받지 않은 군대는 쓸모없는 존재"
설득 안 통하자 눈에 안 띄게 소규모 훈련 실시

중앙일보가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대규모 훈련은 취소하되, 훈련 방식을 바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눈을 피하는 방법을 썼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멈추겠다(stop)"고 깜짝 발표했다. 한·미 군사훈련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북한의 숙원을 해결해준 것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훈련 취소 발언에 놀랐지만,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군 1만8000명, 한국군 최대 5만 명이 참가하는 연례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주요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했다.

매티스는 “병력이 막사에 앉아 있게 두지 않아야 한다. 훈련받지 않은 군대는 대통령인 당신에게도, 국방장관인 내게도 쓸모없는 존재"라며 소규모 훈련은 계속돼야 한다고 트럼프를 설득했다.

그는 이 병력이 한국에만 주둔하는 게 아니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며 순환 배치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전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뿐만 아니라 "끝없는 전쟁을 이젠 끝낼 때가 됐다"는 대통령 취임 전부터의 소신도 작용했다.

매티스는 국방부로 돌아와 모든 소대, 중대, 대대, 여단급 훈련과 연대 단위 훈련, 공군과 해군의 훈련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대통령은 우리가 모두 막사에 앉아 벽을 보고 앉아 손가락 빨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수천 명 단위 연대급 부대를 동원한 소규모 훈련은 워싱턴에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상급 단위 훈련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상급 단위 훈련은 통신망을 이용한 지휘소 훈련으로 전환했고, 야외 기동 훈련 등 '전쟁 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없앴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에서 훈련 부대 규모를 축소하고, 시기를 바꾸고, 언론 노출을 줄여 훈련 소식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눈에 띄지 않게 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적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우려했다. 그는 “이는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을 동맹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어떻게 하면 미국을 쓰러뜨릴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실제로 잘 먹히고 있다고 좌절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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