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년은 강아지 끌어안고 있었다…美 산불로 35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2020.09.14 12:04

업데이트 2020.09.14 14:24

지난 8일 산불이 덮친 오리건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3세 소년 와이어트 토프트. [CNN 화면 캡처]

지난 8일 산불이 덮친 오리건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3세 소년 와이어트 토프트. [CNN 화면 캡처]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가짜뉴스가 돌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오리건주에서는 산불을 피해 반려견을 품에 안고 도망치던 13세 소년이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부 연안 산불 100여건 발생, 수십명 실종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로 구조에 난항
화재 원인 정치화하는 트럼프에 반발도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서부 연안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州)에서 주말 동안 100여 건의 대형 산불이 났다. 산불 확산세가 시작된 8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35명. 실종자는 50명 이상이다. 화재가 지나간 후 폐허를 수색할 때마다 추가로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 면적은 1만9125㎢다. 소방 당국은 주말 동안 산불 지역의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 환경으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청은 이런 조건 탓에 화재 규모는 더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 정부와 27개 주에서 파견된 3000명의 소방인력이 지난 주말 투입됐지만, 대부분의 소방관이 불길 바깥에서 구조해야 할 정도로 불길이 거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실종자 수색 난항…사망자 늘어날 듯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오리건주 밀시(市)의 모습. 오리건주에서는 수십명의 실종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오리건주 밀시(市)의 모습. 오리건주에서는 수십명의 실종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지역 사망자는 최소 22명이다. 오리건 10명, 워싱턴에서는 1명의 사망이 확인됐다. CNN에 따르면 오리건에서는 13살 소년이 자동차 안에서 반려견을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일 오전 오리건주 마리온 카운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희생자인 13세 소년 와이어트 토프트는 산불을 피해 도망가다 반려견과 함께 차 안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소년의 할머니 페기 모소(71)도 숨졌다.

이 지역 실종자는 수십명에 이른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에 따르면 4만명 이상의 지역 주민들이 대피했고 50만여명이 대피 준비 상태다.

화재 원인에 대한 가짜 뉴스도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SNS에서는 좌파 극단주의 단체 안티파가 오리건주 더글라스 화재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됐다는 루머가 돌아 미연방수사국(FBI)이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워싱턴주에서도 피해가 심화하고 있다. 2694㎢ 면적이 피해를 입고 13일 하루 15건의 대형 산불이 추가로 발생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이날 오전 ABC 방송에 출연해 "종말론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민주당 관리 소홀"…LA시장 "기후변화 문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바다주 헨더슨의 대선 캠페인 유세 현장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바다주 헨더슨의 대선 캠페인 유세 현장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세가 강한 이들 지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캘리포니아 등 3주는 민주당 텃밭이라며 방문하지 않았으나 피해가 확산되자 14일 서부 경합주 애리조나 등을 방문하는 길에 캘리포니아 새크라맨토의 화재 현장을 찾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 원인으로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의 '관리 소홀'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서부 지역 산불에 대해 발언을 아껴왔지만, 네바다주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산불 확산은) 산림 관리에 관한 것"이라며 "숲 바닥을 갈퀴질로 청소해야 했는데 여러 해 동안 이 지역에 부러진 나무와 건조한 나뭇잎들이 관리되지 않아 가연성이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에릭 가세티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방문 소식이 보도된 후 "산불은 기후변화 문제"라며 "현재 미국 일부 지역에는 비가 너무 적게 내리고 수년간 가뭄이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모른 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