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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유통기한 경과 식품 보관 적발 식당, 구제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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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4)

음식점 일제 점검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위반 사항은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이다. [사진 pxhere]

음식점 일제 점검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위반 사항은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이다. [사진 pxhere]

‘OO시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원산지 위반 O건 적발’, ‘OO시 OO 취급 음식점 특별 위생점검 실시’, ‘OO군 휴가철 앞두고 관광지 주변 음식점 집중 단속’…. 잊을 만하면 나오는 기사 제목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각 시도는 음식 배달에 대한 일제점검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일제 점검에서 가장 단골로 등장하는 위반 사항은 바로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이다. 식품위생법 단속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건강에 직결된 것이기에 엄격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할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이 단순 보관하다 적발된 경우는 구제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실제 유통기한 경과 제품을 보관하다가 적발돼도 구제받을 수 있다. 아래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한다.

유통기한 지난 사은품 보관

A씨는 은퇴 후 여러 가지 사업을 고민하다가 평소 음식 솜씨가 있었던 아내를 설득해 퇴직금에 대출을 모아 음식점을 열었다. 여기저기 개업인사도 하고 전단도 돌리고 밤낮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이제 단골도 생기고 자리를 잡아갔다.

손님이 늘다 보니 아르바이트도 구하고 테이블도 몇 개 더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식품위생법 일제 점검을 나왔다. 다른 건 몰라도 위생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관리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음식점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발견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단속 공무원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언제 받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사은품으로 받았던 연겨자 2통이었다. 연겨자 2통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보니 정말 1년 가까이 지나 있었다. “우리 가게는 연겨자를 음식에 아예 넣지도 않는데, 공무원이 내 말을 믿어줄까?”

A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조리·판매 목적으로 운반·진열·보관한 경우에는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5일,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사진 pikist]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조리·판매 목적으로 운반·진열·보관한 경우에는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5일,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사진 pikist]

식품접객업(음식점) 영업을 하는 자는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해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 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제조·가공·조리·판매의 목적으로 소분·운반·진열·보관하거나 이를 판매 또는 식품의 제조· 가공·조리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제3호).

만약 이를 어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식품위생법 제97조 제6호). 또한 영업허가 또는 등록이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으로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는 처분도 받을 수 있다(식품위생법 제75조 제1항 제13호).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조리·판매 목적으로 운반·진열·보관한 경우에는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5일,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하더라도 구제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단순 보관이면 행정처분 면해 

식품위생법이 규제하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제조· 가공·조리·판매 목적으로 보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가공·조리·판매 목적 없이 단순 보관만 한 경우(예를 들어, 식당에서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를 사은품으로 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된 경우 등)라면 식품위생법상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물론 음식점 내 영업용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발견되었다면 ‘조리·판매 목적’으로 추정될 가능성이 높다. 식품위생법도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 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진열·보관할 때에는 폐기용 또는 교육용이라는 표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해(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17),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폐기용' 또는 '교육용'이라는 표시가 없는 이상 음식점주의 항변을 사실상 배척하고 있다. 따라서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단순 보관만 한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증거(예를 들어, 해당 식재료를 사은품으로 제공받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사은품 제공업체의 확인서 등)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식품위생법 위반사항 중 그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거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인 경우 영업정지 처분 기간의 2분의 1 이하의 범위에서 그 처분을 경감할 수 있다(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23] 15. 마). 그러므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단순 보관만 했다고 완전히 입증하기 곤란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하게 된 경위, 적발된 제품 개수, 영업정지로 입게 될 피해 등을 잘 정리해 행정청에 소명하면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받을 수도 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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