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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확 늘어난 한국의 나랏빚, 이대로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0%였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 출범 4년 차인 2020년 말 이 비율은 43.8%가 될 예정입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한 나라가 국가 전체 경제력에 비해 빚 부담을 얼마나 떠안고 있는지 살펴보는 지표입니다. 아직 이 비율은 주요 선진국보다 한국이 양호한 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경기가 위축한 상황에서 나라가 빚을 더 내 경기를 부양하자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경기 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 즉 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경제를 살릴 것을 주문합니다. 건전 재정론자들도 이런 정책 방향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가계와 기업 부채가 느는 것이 비해 정부는 공격적으로 빚을 늘리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떠안아야 할 빚을 민간에 떠밀다 보니,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 고질병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또 한편으론 가계와 기업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 부채마저 빠르게 늘면, 그 부담은 가계와 기업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란, 다른 경제 주체와는 동떨어진 ‘별세계’ 조직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이 내는 회비, 즉 세금이 주 수익원인 공동체이기 때문이지요.

저출산·고령화 그림자 속 채무 급증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측에선 원칙 없이 허리띠를 풀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나랏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위기 국면에선 당연히 재정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내일의 한국 경제 상황도 대비하고 있는지 보자는 것이지요.

그런 배경에는 한국의 유난히 가파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있습니다.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급격히 느는 데 부양할 돈을 벌어야 할 젊은이들은 줄면, 정부가 일부러 복지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느는 복지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저출산 고령화 속도 못지않게 매년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늘어나는 나랏빚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중장기 저성장 상황이 예상돼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조세 수입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내년에도 555조8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한 나라가 쓰는 돈은 많고 버는 돈은 적어지는 재정 적자가 더 심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라 곳간에 들어온 총수입과 곳간에서 나간 총지출을 뺀 통합 재정수지는 올해 3차 추경 예산을 포함해 76조2000억원 적자를 예상하지만, 2024년에는 이 적자액이 88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때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58.3%로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美·日처럼 빚 늘릴 수 있을까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과감하게 빚을 더 내 자금을 융통할 수가 있을까요? 한국 돈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순간, 맥주 한잔 사 먹기도 힘든 우리만의 화폐입니다. 달러나 유로화, 엔화처럼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니지요.

한국처럼 비기축 통화 국가의 ‘돈값’은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민감하게 연동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등 기축 통화를 쓰지 않는 나라들은 보수적으로 나랏빚을 관리합니다. ‘빚쟁이 국가’가 되면 국민 삶이 피폐해지는 속도도 더 빨라지게 되니까요.

어린이·청소년·20대 부담은 얼마? 

결국 오늘의 빚은 내일의 부담인 것입니다. 그래서 늘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 20대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중앙일보가 건전재정포럼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현 정부 5년간 늘어날 나랏빚을 갚기 위해 만 0세부터 29세의 미래 세대가 내야 할 세 부담은 1인당 2002만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 후 현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75년간 쌓인 국가채무에 대한 미래세대 부담의 38.3%에 이릅니다. 단 5년 만에 가져올 국가 재정의 변화입니다.

우린 얼마나 효율적으로 나랏돈을 쓰고 있을까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위해, 당선되면 그만이고, 책임은 지지 않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에 의해, 국가 재정이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요. 제대로 된 성장과 복지를 위해 재정을 쓰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한, 정치 중립적인 ‘독립적 재정기구’를 해외 여러 나라들처럼 우리도 갖추자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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