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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늘아, 내려오지 마라" 이 전화만 기다린다…코로나 눈치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언택트 추석 연휴 강령.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언택트 추석 연휴 강령.

“시어머니 연락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기업딥톡34]언택트 추석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자세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는 30대 후반 직장인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A 씨는 “시댁이 경남에 있어 명절 때마다 열차로 내려갔는데 올해는 기차표도 알아보지 않았다”며 “‘내려오지 말라’는 전화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언택트 추석 반기는 직장인 며느리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직장인 추석 연휴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언택트 추석을 가장 반기는 건 직장을 가진 ‘직딩 며느리’들이다.
서울의 한 유통기업에 다니는 박모(41) 차장은 “임신 막달을 제외하고 ‘명절에 못 내려가겠다’고 직접 전화드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어머니도 흔쾌히 내려오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10대 기업 B 과장은 “시댁이 경기도라 안 찾아뵐 수는 없어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중구 서울역 매표소에 게시된 추석 열차권 예매 안내판. 올해 예매율은 지난해의 절반에 그쳤다. 뉴스1

추석을 앞두고 서울 중구 서울역 매표소에 게시된 추석 열차권 예매 안내판. 올해 예매율은 지난해의 절반에 그쳤다. 뉴스1

거리두기 명절 '원년' 될 것

올해 추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명절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일요일을 포함해 공식 연휴 기간만 5일로 평년보다 길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코레일 추석 승차권 예매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아무 데도 못 가는 걸 핑계로 아무 데도 안 가려고 한다(30대 후반 미혼 C 과장)”는 직장인이 늘어서다. 이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물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0.8%(복수응답)는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열 명 중 세 명은 명절 ‘집콕’을 선택할 것이란 얘기다. 직장인의 올해 추석 예상 경비는 3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귀향 버스 미운행…포스트 추석 대비 

포스트 추석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은 기업대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최근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매년 운행하던 추석 귀향 버스를 올해는 중단키로 결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은 정부만 쳐다보고 있다. 5대 기업 계열사의 한 인사팀장은 “귀향 자제를 권유하자니 직원들 눈치가 보이고, 손을 놓고 있자니 정부 눈치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주요 기업 중 구체적인 추석 연휴 임직원 행동 지침을 마련한 곳은 없다. 10대 그룹 지주사의 한 임원은 “귀향길을 막을 수도, 그렇다고 독려할 수도 없다”며 “정부에서 따로 지침을 마련해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올 추석 보내는 키워드, ‘언택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 추석 보내는 키워드, ‘언택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벌초 대행 서비스 폭증...최고급 선물세트도 인기

언택트 추석이 다가오면서 벌초 대행 서비스 신청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늘었다. 산림조합중앙회에 접수된 벌초 대행 서비스 신청은 지난해 4만 건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는 추석을 3주나 남겨 뒀음에도 4만 6000여건을 넘어섰다. 백화점 등에선 최고급 선물세트 판매가 전년보다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80만 원대 추석 한우세트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언택트 추석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귀향 대신 선물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50만원이 넘는 고가 한우 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온라인 성묘를 활성화하기 위해 e하늘장사 정보시스템을 21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하면 온라인상에 영정 사진 등을 포함한 차례상 이미지를 만들어 가족들과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로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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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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