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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4차 추경에 숨은 ‘공짜 돈의 비극’ 막아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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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며 지난 5월 전 국민에게 최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이어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7조8000억원의 4차 추경안이 발표됐다. 다양한 대책이 준비돼야 하는데,사실상 1차와 같이 현금 지급을 중심으로 한 예산 편성에 그쳤다.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 재고하고 #K뉴딜 예산, 규제 완화로 대체해야

선별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잠시 있더니 내용은 결국 선별 지원을 가장한 보편적 지원으로 보인다. 12세 이하 아동에게는 20만원의 긴급돌봄 지원비를, 13세 이상에게는 2만원의 통신수당을 지원하며 국민에게 생색만 내는 보편적 지원으로 짜 맞췄다.

2020년도 정규 예산이 부족해서 올해만 국채를 100조원 이상 발행해야 했는데 4차 추경의 7조5000억원도 전액 국채로 조달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에게 정성을 보이는 여유로운 추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특히 야당은 4차 추경 국회 심의에서 적어도 다음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첫째, 추경은 긴급하게 짜인 예산임을 고려해 3차 추경에서 남는 예산이 없는지 짚고 우선 전용해야 한다. 추경호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여당이 지난 7월 3일 단독 처리한 3차 추경에 편성된 4조8000억원의 K뉴딜 관련 사업의 절반이 8월 말 기준으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작도 못 한 사업은 내년 정규 예산으로 편성하면서 숙고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둘째, 4차 추경 내용 중 긴급 사안이라도 지원 대상이 객관적이고 대안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개인별로 2만원씩 자동으로 통신사에 입금될 9300억원의 통신비 지원이 대표적이다. 3개 통신사는 민간 회사이고 사실상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통신사들에 관련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상호 경쟁 체계 재구축을 통한 요금 할인을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경안에 계상된 세금도 절약하고 통신산업 생산성도 증진하는 길이다. 정부가 별다른 노력 없이 개인이 평생 쓸 수밖에 없는 통신을 한 달 2만원 지원하면서 생색을 낸다는 사실에 국민은 서글퍼진다.

셋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금은 일회성이 아니라 현재의 방역 수칙이 지속하는 한 계속 지급돼야 한다. 방역수칙 강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 코로나 방역 실패는 사실상 정부 책임이다. 정부의 강화된 방역수칙으로 이들은 심각한 영업 손실을 보았다. 이들에 대한 지원금은 정부 방역 실패로 인한 손실에 대한 보상금이다. 코로나 2차 확산이 방역을 성급히 풀었던 정부에 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도 국민에게는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 주도의 K뉴딜 예산은 대폭적 규제 완화로 대체해야 한다. 현재 국가 재정이 한계에 이르면 관성적 지출을 줄이면서 소득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게 정책의 ABC다. 초고속 통신과 4차 산업혁명의 도구들을 활용한 산업 구조의 혁신과 국민 생활 행태가 코로나 사태로 10년 이상 앞당겨졌다. 성장하는 혁신 산업과 낙후될 수밖에 없는 종말 산업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기득권으로 묶였던 신산업들이 민간 부분에서 싹트게 해야 한다. 그러면 시중의 과잉 유동성 자금이 자본시장에 돌아오고 심각한 청년 고용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4차에 이르는 추경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선거 때마다 현금 지원으로 달콤한 캔디의 맛을 즐기고 있다.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가 부담할 것이니까 당장은 아무런 저항이 없다. 공짜 돈(free money)이다.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공짜 돈의 비극’이 4차 추경의 숨은 그늘 속에 더 짙어지고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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