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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일어날 때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 고혈압·전립샘비대증 약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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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립성 어지럼증 바로 알기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지는 증상을 ‘기립성 어지럼증’이라고 말한다.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자칫 심각한 부상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 교수는 “기립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자율신경계의 교란으로 혈압·맥박이 불규칙해지거나 악성 빈혈, 고혈압·전립샘비대증 약 때문에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립성 저혈압 유발 성분 함유 #자율신경 약하면 약 조절 필요 #기상 직후 물 많이 마시면 도움

기립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건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다. 주 교수는 “저혈압이란 말이 있다 보니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평소 혈압이 높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평소 혈압 조절을 잘하는 고혈압 환자여도 복용하는 약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립성 저혈압은 앉아서 혈압을 잴 때가 아니라 그 상태에서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일어섰을 때 혈류가 뇌로 충분히 이동하지 못하면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누워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에 일어나서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Hg 이상 떨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기립성 저혈압의 주요 원인은 혈관의 압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순간적으로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고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한다. 이렇게 자율신경 기능이 약한 사람이 고혈압약 중 베타 차단제와 이뇨제 성분의 혈압약을 먹으면 평상시엔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처럼 보여도 일어섰을 때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은 주로 나이 많은 사람에게 잘 생기며, 남성에게서 오히려 더 많다”며 “전립샘비대증 때문에 전립샘 약을 많이 먹는데 그 약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립성 저혈압일 땐 어지러운 것 외에  혈압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만성 두통, 걸을 때 몸이 붕 뜨는 느낌, 뒷머리와 어깨 부위 통증,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아주 심한 빈혈도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헤모글로빈(혈색소) 농도가 7g/dL 이하로 떨어지는 악성 빈혈인 경우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성인 남자의 경우 혈색소 농도가 13g/dL, 여자는 12g/dL 미만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한다. 이때는 창백하거나 숨이 차는 등 빈혈 자체의 증상을 동반한다.

기립성 빈맥증후군도 어지럼증 원인

누워 있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러우면서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같이 나타나면 ‘기립성 빈맥증후군’일 수 있다. 누워 있을 때보다 일어선 다음 맥박이 30회 이상 증가하거나 분당 120회 넘는 경우에 진단한다.

기립성 빈맥증후군일 땐 맥박이 빨라지면서 불안 증세, 우울증, 편두통,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 탓에 공황장애로 오인하는 경우도 흔하다. 주로 10~20대에서 많이 발병한다. 특히 아침 일찍 잘 생기는데,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증상이 생기거나 출근길 대중교통 등에서 증상이 심해지곤 한다.

기립성 어지럼증의 공통 치료는 자율신경 기능을 강화하는 약을 저용량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율신경 기능 향상에 도움되는 오메가3를 하루 2g씩 복용하는 것도 좋다.

특히 기립성 저혈압일 땐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조정해야 한다. 주 교수는 “대개 나이가 많은 환자가 많고, 이들은 고혈압·전립샘 약 등 여러 약을 먹고 있다”며 “이 약을 줄이지 않으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립성 빈맥증후군일 땐 맥박을 조절하는 약물을 환자 개인별 상황을 고려해 처방한다. 주 교수는 “기립성 빈맥증후군에서는 흔히 불안증·우울감·압박감이 동반돼 환자들이 공황장애·우울증으로 진단받기도 한다”며 “최근 시행한 연구에선 기립성 빈맥증후군 자체를 치료했을 때 우울증약을 쓰지 않아도 각종 정신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하루 30분씩 하체·등 근육 강화 운동

기립성 어지럼증은 치료뿐 아니라 생활 습관 변화도 중요하다. 특히 하체와 등 근육 운동을 하루 30분씩, 실내 자전거를 40분 이상 타는 것이 도움된다. 주 교수는 “많은 연구에서 치료 초기 3개월간은 앉아서 하는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며 “일어서서 하는 운동이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은 증상이 더 나아진 후 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도 들여야 한다. 침대 곁에 물을 두었다가 아침 기상 직후 앉은 상태로 500ml를 한번에 쭉 마시는 훈련이 기립성 어지럼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기립성 어지럼증이 있는 환자는 사우나 같이 체온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상황을 피하는 게 좋다. 과식하면 위장관 쪽으로 혈액이 몰려 어지럼증이 더 심해지므로 과식·폭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 주 교수는 “노인들은 골다공증도 흔해 뼈가 약하므로 기립성 저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낙상의 위험이 매우 커지며 이로 인해 골절 위험도 커진다”며 “기립성 어지럼증은 약만으로 고칠 수 없으므로 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을 병행해야 삶의 질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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