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테니스는 오사카 나오미 시대

중앙일보

입력 2020.09.14 00:03

업데이트 2020.09.1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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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오사카 나오미가 13일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를 상대로 백핸드샷을 하고 있다. 오사카가 세트 스코어 2-1로 역전승했다. [AP=연합뉴스]

오사카 나오미가 13일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를 상대로 백핸드샷을 하고 있다. 오사카가 세트 스코어 2-1로 역전승했다. [AP=연합뉴스]

세계 여자 테니스는 ‘오사카 시대’다.

US오픈 여자단식 우승 일본선수
메이저 대회 3승 거둔 20대 현역
마스크 통해 인종차별 문제 환기

오사카 나오미(23·일본·세계 9위)가 13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31·벨라루스·27위)를 세트 스코어 2-1(1-6, 6-3, 6-3)로 꺾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00만 달러(약 35억 6000만원). 이번 우승에 따라 오사카는 세계 4위에 올라서게 된다.

오사카는 2018년 이 대회에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8위)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당시 윌리엄스가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게임 페널티’를 받으면서 미국 팬들이 심판에게 야유를 퍼붓는 등 경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첫 메이저 우승인데도 오사카는 인터뷰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활짝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오사카는 2018년 US오픈, 2019년 호주오픈, 올해 US오픈까지 메이저 3승을 기록했다. 남녀 통틀어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3회 우승을 달성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건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 여자 단식의 리나(38·중국·은퇴)뿐이다. 현역 여자 선수 중 메이저 대회 단식 3회 이상 우승자는 세리나 윌리엄스(23회), 비너스 윌리엄스(40·이상 미국·7회), 킴 클레이스터르스(37·벨기에·4회), 안젤리크 케르버(32·독일·3회)와 오사카까지 5명이다. 오사카만 20대이고, 나머지는 30대 이상이다.

오사카는 세계 여자 스포츠선수 중 수입 1위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5월 발표한 2020년 여자 선수 수입 순위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였던 세리나를 제쳤다. 오사카가 3740만 달러(444억원)를 벌어 1위에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상금은 340만 달러였고, 후원금 등으로 3400만 달러를 벌었다.

이번 US오픈에서 오사카는 매 경기 미국의 인종차별 사망 피해자 이름을 새긴 마스크를 썼다. 윗줄 왼쪽부터 브리오나 테일러, 엘리야 매클레인, 아흐무드 아버리, 아랫줄 왼쪽부터 트레번 마틴, 조지 플로이드, 필란도 카스티예, 타미르 라이스. [AP·EPA=연합뉴스]

이번 US오픈에서 오사카는 매 경기 미국의 인종차별 사망 피해자 이름을 새긴 마스크를 썼다. 윗줄 왼쪽부터 브리오나 테일러, 엘리야 매클레인, 아흐무드 아버리, 아랫줄 왼쪽부터 트레번 마틴, 조지 플로이드, 필란도 카스티예, 타미르 라이스. [AP·EPA=연합뉴스]

오사카는 아이티 출신 미국 국적 아버지(레오나르도 프랑수아)와 일본인 어머니(오사카 다마키)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과 미국 시민권을 모두 갖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 성을 따랐다. 외모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키도 1m80㎝로 크고, 피부색도 짙다. 넘치는 파워와 탄탄한 기본기는 여자 테니스 간판스타 세리나를 연상시킨다.

테니스는 미국에서 배웠다. 3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고, 아버지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16세부터 미국 플로리다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훈련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본어는 유창하지 않다. 그래도 오사카는 “일식을 먹고 맛있다고 느낄 때, 내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따라 스스로 ‘흑인 여성’이라고 여긴다.

테니스계에서는 일본 국적 선수로 활동하지만, 외모는 흑인에 가깝다 보니 오사카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2019년 오사카가 세계 1위에 올랐을 때다. 일부 일본인이 그에 대해 ‘과연 일본인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오사카는 인종 차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경기할 때 외에는 마스크를 썼다. 오사카는 마스크에 미국에서 인종 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 7명의 이름을 경기마다 바꿔 새기고 나왔다. 그는 “이번 대회가 TV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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