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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에 유럽은 단축근로, 미국은 실업급여…달랐던 선택의 결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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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양상은 다르다. 미국은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유럽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양쪽의 실업대책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은 고용유지 정책을 주로 활용했지만, 미국은 실업급여 확대를 통해 대응했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실업수당 청구 대기 행렬. AP=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실업수당 청구 대기 행렬. AP=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3일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의 실업대책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대비 9.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독일은 0.9%포인트, 스페인은 1.6%포인트 상승했다. 비자발적 파트타임 근로자 등을 포함한 광의 실업률(U6)을 기준으로 보면 독일이 2.4%포인트, 미국은 13.9%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근로자 20% 이상 단축근로제 참여 

이는 미국과 유럽의 실업 대응책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단축 근로나, 일시 휴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소득이 50% 이상 감소한 근로자의 임금대체율이 60~67%에서 80~87%까지 상승하도록 단축 근로 수당을 증액하고, 지원 대상에 임시·계약직도 포함했다”며 “영국도 고용유지제도를 새로 도입해 근로자의 휴직 수당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주의 부담을 줄이려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고, 정부 보조금의 보전비율을 확대했다. 적극적인 장려에 독일에서만 지난 3~4월 1067만명이 단축 근로 수당을 신청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기간(2009년 2~3월) 신청자 수의 10배에 달한다. 유럽 전체적으로도 근로자의 20% 이상이 단축 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로 고용유지제도가 확산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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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141개국 중 3위(세계경제포럼, 2019년)인 미국은 실업급여 확대로 대응했다. 우선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26주에서 39주로 연장하고, 7월 말까지 주당 600달러의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 근로자에게도 한시적으로 지원했다. 그러자 올해 4월 미국의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2월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유럽은 고용 안정성을, 미국은 노동시장 효율성을 우선시하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러한 관행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단축 근로는 재고용에 필요한 추가비용을 절감하고, 실업 기간에 나타날 수 있는 숙련도 저하 같은 비효율을 막을 수 있다. 가계소득 보전과 소비 안정 측면에서도 단축 근로가 낫다. 실업급여보다 소득대체율이 높고, 소비심리 위축 정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 주요국 단축 근로의 소득대체율이 46~100% 정도로 실업급여보다 최대 50%포인트 정도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축 근로는 경기 회복과정에서 소비자 선호 변화 및 기업 구조조정이 발생할 경우 노동력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한국은 큰 틀에서 유럽과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업급여 지급액을 늘리거나, 지급 기간을 연장하진 않았다. 대신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시 휴직 등을 이용해 근무 인원을 조정하고,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했다. 한국 역시 6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미국과 같은 큰 폭의 실업률 상승은 나타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8월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전년 대비 2.3%포인트 오른 13.3%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경제활동을 아예 포기한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별다른 이유 없이 쉬었다’(쉬었음)고 답한 인구는 246만20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9일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시청에 취업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지난 9일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시청에 취업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실업 장기화 막으려면 적극적인 고용유지정책 필요"

실업의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한은은 지난 7일 내놓은 또 다른 보고서 ‘코로나19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에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실직자 수가 쉽게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혜진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CPS(Current Population Survey) 4월 결과에 따르면 실직자 중 78%가 일시 해고 상태라고 응답했지만, 실직 중 31~56%가 영구적일 것이란 연구도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영구적인 형태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OECD 회원국 중 경제성장률 감소 폭이 가장 컸던 나라는 독일(-6.9%)이었다. 그러나 실업률 상승 폭은 1%포인트 미만이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위기 이후에도 2015년까지 독일의 실업률은 빠르게 낮아졌는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실업자 수가 두 배 더 증가했을 것이란 연구가 있다”며 “실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고용유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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