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숲속의 아기 부처 애기앉은부채

중앙일보

입력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해가 산마루로 넘어가고 나서야
숲에 들어섰습니다.
숲은 이미 어둑했습니다.

애기앉은부채를 찾으려 들어섰건만

제 눈엔 아무것도 뵈지 않습니다.
막막했습니다.
손전등을 꺼내 이리저리 비춰봐도
제 눈엔 도통 뵈지 않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날은 이내 어두워질 터니
맘에 조급증이 일어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데다
인터넷으로 생김새만 찾아본 터라
애기앉은부채에 대해선 거의 까막눈인 셈입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한참 지나 먼발치서 조영학 작가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찾아냈다는 신호였습니다.

달려가서 실제로 보니
혼자였으면 절대로 찾을 수 없었다 싶었습니다.
작아도 너무 작았습니다.
꽃은 1cm 남짓인 데다 꽃을 둘러싼 포는 3~5cm 남짓이고
암갈색이니 까막눈에겐 보일 리 만무했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어둑한 숲에서 본 이 친구 참으로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이러니  조 작가가 애기앉은부채를 꼭 봐야 한다고 했나 봅니다.
조 작가가 들려주는 애기앉은부채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 꽃이 천차만별이라지만
이렇게 기이하게 생긴 꽃이 있을 거 같진 않아요.
포 안에 철퇴처럼 생긴 게 꽃대고요.

거기에 가시처럼 이렇게 하나씩 조그만 게 있죠?
그게 다 꽃이에요.
이 작은 것들이 수술이고 암술이고 그래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1cm 남짓 되는 꽃을 확대해봤습니다.
영락없는 철퇴 같습니다.
또 한편으론 코로나 19 바이러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도 시절이 어수선하니 별것이 다 그리 보입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조 작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꽃을 싼 포를 불염포라 합니다.
 부처 불(佛)자. 화염 염(焰)자를 씁니다.
이를테면 광배에 앉아있는 부처님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이름이  앉은부처였는데
종교색을 없애자고 앉은부채로 바꾼 거예요.

사실 봄꽃인 앉은부채가 있어요.
이 친구는 여름꽃인 애기앉은부채이고요.
원래는 봄꽃이 작고 여름꽃이 큰데,
이 친구들은 반대죠.
봄꽃이 다섯배, 열배 정도 큽니다.

또 앉은부채가 피면 봄이 오고,
애기앉은부채가 피면 가을이 온다는 말도 있어요.

그리고 식생도 좀 달라요.
앉은부채는 꽃이 지고 나서 잎이 나와요.
애기앉은부채는 초봄에 잎이 나왔다가
6월 말 7월 초에 잎이 없어진 다음에
8월 중순이 되어야 꽃이 펴요.
상사화와 비슷합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애기앉은부채

이 작은 꽃에 얽힌 이야기도 숱합니다.
그만큼 신비한 꽃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을 테죠.

사진은 손전등 두 개를 이용하여 찍었습니다.
둘 중 비교적 빛이 강한 손전등을 불염포 바로 뒤에 켜두었습니다.
이는 불염포에 담긴 의미인 광배를 강조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이 상태로 그냥 찍으면 꽃이 까맣게 나옵니다.
 꽃을 살리기 위에 비교적 빛이 약한 손전등을 앞에서 비췄습니다.
이렇게 찍으면 주변이 빛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둡습니다.

그래서 주변 배경이 까맣게 나오는 겁니다.
배경을 어둡게 찍고 싶을 때,
배경을 까맣게 찍고 싶을 때,
이렇게 찍으면 됩니다.

어둡다고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어두워도 손전등 두 개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여건이 나쁠수록 더 독특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진 촬영 방법은 동영상에 담겨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