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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위증 않겠단 선서했잖나" 판사도 답답한 정경심 재판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당시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당시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9월 6일 딸 조민씨의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어느덧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법정에서는 위조 여부를 두고 진실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조민이 받은 표창장 ‘일련번호’ 의문

딸 조씨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며 제출한 표창장의 일련번호는 검찰이 위조를 의심하는 핵심 사안이다. 정상 발급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일련번호는 ‘수여 연도-발급 순번’으로 이루어졌다. 2020년에 발급된 100번째 표창장이라면 ‘2020-100’이 되는 식이다. 반면 조씨의 표창장에는 ‘어학교육원 제2012-2-01호’라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공교롭게도 재판에 나온 검찰 측 증인, 정 교수 측 증인이 반대신문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발언으로 재판을 어렵게 만들었다. 먼저 7월 16일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전 동양대 총무복지팀 직원 임모씨는 “조씨 표창장 같은 일련번호를 이제껏 본 적 없다”며 “10년간 근무하며 표창장 중 최우수봉사상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위조했다는 데 힘이 실리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정 교수의 변호인은 상장 대장의 관리 미흡을 문제 삼았다. 원래도 일련번호의 일관성이 없었기에 조씨의 상장 일련번호가 다른 건 문제 없다는 주장이었다. 변호인에 따르면 2014년 상장 대장의 최초 일련번호는 ‘2014-627’로 시작한다. 그는 “2014년 상장이 1번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동양대에서 나간 상장이 627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임씨는 “잘 모르겠다”며 “상장 수여 인원이 많으면 해당 부서 조교들이 와서 적기도 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대장에 조씨 표창장에 대한 기재가 없다는 것만으로 표창장이 발급되지 않았냐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임씨는 “단정은 못 한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 8일 교수 측 증인으로 나온 조교 이모씨의 신문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씨는 이날 재판에서 “수료증이나 상장에 무작위로 번호를 적어 넣었다”며 “총무팀에서 직인을 찍으라고 줬고, 임의로 일련번호를 부여해 상장을 만든 것으로 주의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조씨의 상장 일련번호를 총무팀이 아닌 조교가 마음대로 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자 검찰은 이씨가 만들었다는 상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씨가 동양대 교수에게 보낸 상장 양식에는 그의 말처럼 1번, 2번 등 자신이 임의로 부여한 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실제 학생이 받은 상장의 번호는 569번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교수에게 보고할 때는 마음대로 번호를 매겼어도 실제 상장을 만들면서는 총무팀에서 부여받은 번호를 기재했다고 봤다. 상장번호의 관리가 허술하지 않았다는 걸 내세운 셈이다. 재판장까지 나서 “아까 (위증하지 않는다는) 선서했다. 상장 나갈 때 번호 받지 않는다고 하더니 왜 569번으로 나갔나”라고 물었고, 이씨는 “그러게요. 이게 왜 이렇게 나갔지”라고만 답했다.

표창장에 찍힌 직인 모양이 다르다?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상장의 원본 양식(왼쪽)과 오른쪽 표창장은 조 후보자의 딸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상장의 원본 양식(왼쪽)과 오른쪽 표창장은 조 후보자의 딸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변호인은 조씨 표창장에 찍힌 직인을 둘러싸고 같은 증인을 시간차를 두고 불러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7월 23일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 담당 이모 팀장은 “조씨 표창장 직인 부분만 블록 처리가 된다”며 “이는 그림 파일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씨 표창장에 총장 직인 부분만 덧씌워졌다는 뜻이다. 그는 또 “정 교수 아들이 동양대에서 받은 상장의 직인 부분을 오려낸 것과 픽셀 크기(1072x371)가 정확하게 동일하다”고 했다. 정 교수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받은 아들의 상장에서 직인 부분을 오려내 딸의 표창장에 붙였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조씨 표창장 사본을 감정한 대검 문서 감정 담당자는 법정에서 “아들 상장 직인과 조씨 표창장의 직인은 하나의 원본에서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약 한 달 뒤인 8월 20일 정 교수의 변호인은 다시 증인으로 나온 이 팀장을 향해 반격을 시도했다. 그의 말대로 픽셀 크기를 맞춰 아들의 표창장에서 그림 파일을 만들었더니 총장 직인 밑에 있는 노란 선까지 함께 잘렸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인도 노란 선 정도는 쉽게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직인을 캡처하고, 노란 선을 지우는 보정 작업을 거쳐 상장을 편집하는 행위가 38분 만에 이뤄졌다는 게 검찰 포렌식 결과인데, 컴퓨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정 교수가 이를 해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재판장은 “만들기 어려울 수 있는데, 컴퓨터에 파일이 있긴 있다”며 의문을 표했다. 이에 변호인은 “동양대 직원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조교 이씨가 증인으로 나와 이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진실은 더 미궁에 빠지는 모습이다. 이씨는 “동양대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봤다”고 말했다. 정 교수 컴퓨터에 파일이 있는 이유를 뒷받침해주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검찰 신문에서 이씨는 실제 총장 직인을 보여주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직인처럼 보이는 파일을 보긴 했으나 그것이 총장 직인이라고 추측했다는 것이다.

1년간 이어진 공방, 재판부의 판단은

정 교수의 재판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달 내로 예정된 증인신문이 마무리되면 올해 안에는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 측은 앞으로도 상장 대장이 명확하게 관리되지 않았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찰 주장으로는 직인이 아예 다르다는 건데, 상장 대장은 진짜 직인을 받아 찍었을 때 증거에 해당하는 것이지 지금 상황에서는 관련 없지 않으냐”며 “변호인 측의 주장을 명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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