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미애·이상직·김홍걸 ‘줄 악재’…이낙연 ‘협치’ 가시밭길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03호 09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를 방문해 원격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임현동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를 방문해 원격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임현동 기자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습니다.”

민주당 대표 험난한 신고식 #추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 #이 의원은 편법 증여, 임금 체불 #김 의원, 재산 신고 누락 문제 #뇌관 산적해 정국 주도 쉽지 않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29 전당대회에서 낙승한 직후 수락 연설에서 한 말이다. “대화로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4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던 이 대표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선 “여야 대표 회동 또는 일대일 회담이어도 좋다”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영수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주선한 여야 대표 회담에선 이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 위원장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만들어달라”며 국회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를 꺼내들었지만 이 대표는 “우여곡절을 9월 국회에서 되풀이하는 게 현명한가”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날 회담에서 여야 공통 정책 추진과 4차 추경 신속 처리에 합의하자 “사실상 협치 국회의 시작”(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고 자평했지만 협치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아들 군 복무 특혜)과 이상직 의원(이스타항공 지분 편법 증여와 임금 체불), 김홍걸 의원(재산 신고 누락, 부동산 투기)을 둘러싼 의혹들이 뇌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어느 것 하나 쉽게 처리 방향을 잡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뇌관1 추미애=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병역 특혜 의혹을 특임검사 수사와 국정조사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원식·김도읍 의원 등이 연일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기선을 잡아가자 민주당도 추 장관 사수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정기국회에서 국방위와 법사위가 전쟁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 안팎에서 “20대와 중도층이 추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 대표가 친문 주류와 다른 길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당내 중론이다. 이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친문 그룹이 이미 최전선에 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문 그룹의 집중 지원을 받았다. 당내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종민 최고위원과 설훈·황희 의원 등도 11일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TV’에 출연해 추 장관을 집중 엄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 친문 지지층이 ‘우리가 추미애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야당이 국정조사 등을 협의 조건으로 내건다면 협치 구상 자체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뇌관2 이상직=경영난으로 대규모 정리해고 등이 계속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전 소유주인 이 의원 문제도 이 대표에겐 까다로운 숙제다. 지난 7월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 특위’를 설치하고 자체 조사를 벌여온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이 의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총선 때까지 이스타항공 관련 의혹에 눈을 감았던 여권에선 최근 태세 전환 조짐이 읽히고 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11일 “우리 당 국회의원이 이스타 창업주였던 만큼 더욱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이 의원을 겨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에 나와 “이스타항공이 가진 지배 구조 문제나 M&A(인수합병)를 결정하고 난 뒤의 처신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권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관련 의혹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것은 “권력의 강력한 뒷받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친문 그룹 내에서 이 의원이 갖는 존재감은 작지 않다. 2017년 19대 대선 때는 친문 진영의 전북 조직 총괄 책임자였다. 김정숙 여사가 전북을 찾았을 때 밀착 수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 뒤로 여권에선 “김 여사가 챙기는 사람”이란 말도 돌았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당 차원에선 이 의원이 결자해지에 나서기를 바라는 모습”이라며 “지도부가 문제 해결을 과감하게 주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관3 김홍걸=최근 21대 국회의원 재산 공개 이후 불거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의 재산 축적 문제도 이 대표에겐 ‘복병’이다. 김 의원은 총선 전 재산 신고에서 분양권 전매대금 10억원을 고의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아들에게 증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악화일로였던 부동산 관련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추 장관 경우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미 친문 지지층은 김 의원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지만 이 대표는 쉽게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처지다. 동아일보 기자였던 그를 정계로 이끈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이 대표가 김 의원과 다른 초선 의원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도 어렵다. 당내 시각도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이 대표 입장에선 쉽게 결정하지 못할 난제”라고 했고,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잘못이 명백한데도 감싸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