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은 평화 핵심축”…최종건·비건, 협의체 ‘동맹 대화’ 신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한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들이 동시에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나온 목소리다.

한·미 워킹그룹과 별도 기구 #“G7 한국 초청 방침도 재확인”

지난 10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마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특파원 간담회에서 처음부터 강조한 키워드는 ‘동맹’이었다. 최 차관은 먼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동에서 “지난 70년간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서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어 “한·미 정상 간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양국 외교 당국 간 국장급 실무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 이름도 ‘동맹 대화’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동맹 대화는 남북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2년 전 만들었던 한·미 워킹그룹과는 별개의 협의체다. 여기서 다루게 될 주제도 워킹그룹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전날 입국장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동맹’을 강조했다. ‘한국의 입장이 미·중 간 등거리 외교냐’는 질문에 “등거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동맹은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 차관이 비건 부장관과 회담하던 날 이수혁 주미대사도 조지워싱턴대가 주최한 한국전쟁 70주년 컨퍼런스 축사에서 “한국은 모든 면에서 미국의 견고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미 동맹이 주로 안보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안보를 넘어 경제·문화 협력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다. “70년 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 참전용사들이 보여준 헌신 덕분에 궁극적인 진전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이날 한·미 당국 간에는 동맹을 재활성화(Rejuvenation)하자는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의 동북아 정세에 비춰볼 때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최 차관과 이 대사의 발언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 최근 미국은 반중 경제협력체 구상을 내놓는 한편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각 협력 체제인 ‘쿼드(Quad)’에 한국의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선 양국 간 현안 중 하나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도 논의됐다. 이와 관련, 최 차관은 “기존의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틀 안에서 한·미 양국이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지난 9일엔 백악관을 방문해 매슈 포틴저 미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나 한·미 현안과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은 한국을 초청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G7 회원국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해 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