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경합주인 미시간주 프리랜드 국제공항에서 대선 유세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9/12/9eb69096-8fcd-4dc9-b078-595c73213006.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경합주인 미시간주 프리랜드 국제공항에서 대선 유세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미 국무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 그들은 경제적 도전이 있고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일련의 도전에 맞서 그들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선 앞두고 깜짝 만남 시도 #수세에 몰린 상황 반전 카드 관측 #김정은 친서 공개로 자극 우려 #『격노』 출간 앞두고 물타기 시각도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고 이게 북한 주민들을 더 밝은 미래로 이끌 것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다시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최근 북·미 관계가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 외교가에서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월 중 김 위원장과 4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깜짝 반전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다시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언급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실질적 제안이라기보다는 오는 15일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RAGE)』의 발간을 앞두고 일종의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란 견해 또한 만만찮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18번 인터뷰한 내용에 더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책에 담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출간을 앞두고 정상 간 서한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게 결례로 비칠 수 있고 이로 인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11월 대선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엔 문제가 없다” “김 위원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통상 정상들끼리 주고받은 서한은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하는 게 외교 관례”라며 “북한은 협상 과정의 보안을 특히 중시하는데, 북·미 외교의 내밀한 현장을 담은 존 볼턴의 회고록(『그것이 일어난 방』)에 이어 최고 지도자의 서한까지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까봐 일종의 달래기에 나선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단계적 접근을 주문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종착역을 거듭 강조한 것도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언급하면서도 미국의 기존 입장을 명시한 것은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외부 지원을 받지 마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힌 것도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북한은 1981년 이후 최악의 물난리 속에 수해와 태풍 피해 복구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부터 수해와 태풍으로 직격탄을 맞은 황해도와 함경도를 잇따라 찾아 피해 복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9일 정권 수립 기념일에도 일체의 행사 없이 중앙군사위원회를 열어 군부대를 수해 지역에 보냈을 정도다. 이처럼 내부 재난 극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북한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미국과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엔 여유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정상 외교를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다음달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북한의 정치 일정과 11월 미 대선까지 50여 일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촉박한 시간표 등을 고려할 때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현재 북한이란 변수가 미 대선에 크게 영향을 주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도 재선이 유동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보다 일단 내치에 집중한 뒤 당선이 확정된 차기 대통령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외교가에서는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최고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톱다운 방식으로 열렸다는 점과 지난해 6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 바로 다음날 판문점 회동이 전격 성사된 전례 등을 감안할 때 10월 북·미 정상회담 또한 언제든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선 대남·대미 외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7월 27일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정황이 6월 이후 끊긴 북·미 협상의 끈을 잇기 위한 모종의 물밑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