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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당첨, 40대 입주, 50대 전매제한 종료”…무주택자 ‘희망고문’ 그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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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호 06면

3기 신도시 선분양 효과 있을까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 등지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를 사전청약 형태로 선(先)분양한다. 사진은 인천 계양구의 3기 신도시 부지 전경. [뉴스1]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 등지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를 사전청약 형태로 선(先)분양한다. 사진은 인천 계양구의 3기 신도시 부지 전경. [뉴스1]

‘30대에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 40대에 입주, 50대에 전매제한 종료로 주택 처분’. 최근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도시 사전청약의 미래’다. 30대가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되더라도 40대나 돼야 입주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만약 50대가 당첨됐다면 환갑을 넘긴 후에야 입주할 수 있다. 사전청약 후 본청약까지 빨라야 2~3년, 본청약 후 공사하는 데만 또 평균 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년 1차 3만 가구 사전청약 #하남 교산 등 시세보다 30% 싸 #심리적인 안정 효과는 있을 것 #토지보상금 풀려 유동자금 증가 #전셋값도 올라 집값 잡기 힘들 듯

일정이 1~2년 미뤄지면 입주하는 데만 10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렇게 입주한 집은 10년간(본청약일 기준) 팔 수 없다. 한 신혼부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분양가가 싸다고 하니 그래도 당첨이 되면 좋겠지만 인기 지역은 솔직히 (당첨 확률이) 로또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 아니냐”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고 이제 와서 집 없는 사람을 희망고문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8일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을 내놓은 직후 30~40대 사이에선 이 같은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9월 일반분양 252가구, 작년 10분의 1

정부는 8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사전청약 형태로 공공분양 아파트 6만 가구를 선(先)분양한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분양 물량 12만 가구 중 3만 가구,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른 크고 작은 택지지구 등지에서 3만 가구다. 내년 7~8월 인천 계양에서 1100가구, 서울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에서 200가구, 성남 복정1·2지구에서 1000가구가 사전청약 스타트를 끊는다. 11~12월에는 남양주 왕숙(2400가구), 부천 대장(2000가구), 고양 창릉(1600가구), 하남 교산(1100가구) 등 3기 신도시 물량이 쏟아진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태릉골프장과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용산 캠프킴, 서부면허시험장 등은 이전계획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께 사전청약 일정이 나올 예정이다. 사전청약 예정 물량은 입지 여건이 나쁘지 않다. 남양주 왕숙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을 추진 중이고, 하남 교산은 3기 신도시 중에서 서울 강남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그 외 지역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호재 등 지역 개발 호재가 있어 ‘알짜’라는 평가를 받는다. 분양가도 주택 수요자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3기 신도시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30%가량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산만 해도 주변 하남 미사강변도시 아파트값(3.3㎡당 3000만원 선)보다 훨씬 저렴한 3.3㎡당 2000만~22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본다.

입지가 나쁘지 않은 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사전청약이 본격화하면 수도권으로 번진 패닉바잉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 도입으로) 무주택자에게 집을 가진 데 대한 안도감, 즉 심리적 안정 효과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사람이 늘면 자연스레 기존 주택 매매가 잦아들고, 이에 따라 주택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30·40의 패닉바잉이 멈출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주변 시세보다 30~40% 싼 보금자리주택을 사전청약(예약)제로 대거 공급하자 2010~2012년 주택 거래가 끊기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인 바 있다. 물론 당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이었다.

문제는 사전청약 물량이 패닉바잉의 ‘일시 멈춤’이 아니라 아예 멈춰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느냐다. 내년 1차 사천청약 물량은 3만 가구인데, 서울·수도권 무주택 대기 수요를 감안하면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엔 적은 숫자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구나 최근엔 신규 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청약 수요가 적잖이 적체돼 있다.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면서 신규 분양 물량이 급감한 건데,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장 9월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252가구로 지난해 1995가구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예정된 서울 분양 물량도 민간 1곳, 공공 2곳에 불과하고, 수도권도 분양 물량이 확 줄었다. 사전청약 경쟁률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8·4 공급 대책에서 추가한 신규 사업지가 제대로 개발될 지도 미지수다. 만약 어느 한 곳이라도 사업이 지연하거나 좌초하면 사전청약 물량도 확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 청약 당첨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GTX 신설 등 지역 개발 호재가 적지 않고, 올해 말부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대거 풀린다. 토지보상금이 개발 호재를 만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면, 패닉바잉을 멈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전청약

사전청약

한 부동산개발회사 대표는 “그동안 공급이 꾸준했다면 사전청약이 말이 되는데, 공급이 뚝 끊겼기 때문에 사전청약 물량만으로 집값이 잡히길 기대하는 건 시장을 모르는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임대차 시장도 걸림돌이다. 이른바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는 등 임대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오르며 61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은 특히 사전청약·본청약을 위해 3기 신도시에 눌러 앉는 예가 늘면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 공공택지엔 지역우선공급제(분양 물량의 30%)를 적용하는데, 사전청약·본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입하는 예가 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하남 교산지구에서 100가구를 분양한다면 당해지역인 하남 거주자에게 30%를 우선공급하고, 경기도 거주자에게 20%, 그 외 서울·인천 거주자에게 50%를 배정한다. 하남시 거주자는 특히 당해지역에서 낙첨하면 경기도권에서, 여기서 낙첨하면 다시 그 외 권역에서 경쟁하므로 당첨 확률이 타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초저금리 지속, 집값 상승 불쏘시개 우려

이 때문에 하남·남양주시 등 3기 신도시 지역은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최근엔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이른바 ‘임대차 3법’까지 겹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행정구역상 하남시인 위례신도시 위례롯데캐슬 84㎡(이하 전용면적)형은 7월 전셋값이 5억~6억원대였지만 지난달에는 7억원에 계약됐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실거래가가 등록되지 않아서 그렇지 최근 전셋값은 7억8000만원에 계약됐다”고 전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리버팰리스 84㎡형 전셋값은 2~3개월 1억원 이상 올라 현재 6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전세시장이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개월 있으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규제로 수요를 꾹꾹 눌러 놓은 상황에서 임대차 시장까지 불안해지면 패닉바잉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와 늘어난 시중 유동자금도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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