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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 때 국경 넘는 중국발 발암물질 PAH 절반으로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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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남쪽 치안먼(前門) 앞을 마스크 쓴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대기오염은 줄어 하늘은 맑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월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남쪽 치안먼(前門) 앞을 마스크 쓴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대기오염은 줄어 하늘은 맑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내 도시 봉쇄가 진행되면서 국경을 넘는 중국발(發) 발암물질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절반까지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가나자와 대학 연구팀 논문 #2004년 이후 측정치와 올해 비교 #올 2월 역대 겨울철 최저치 기록 #"中 노력이 동북아 오염도 결정"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이나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겨울철 북서 계절풍을 타고 한반도나 일본 등지로 날아오는 오염물질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일본으로 날아가는 중국발 발암물질은 이동 경로 중간에 위치한 한반도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오염 감소는 한반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4년부터 측정한 데이터 활용

겨울철 북서 계절풍을 타고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이 한반도와 일본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을 설명한 그림. 그림 속의 막대그래프는 실제 측정치와는 무관하다.

겨울철 북서 계절풍을 타고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이 한반도와 일본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을 설명한 그림. 그림 속의 막대그래프는 실제 측정치와는 무관하다.

일본 가나자와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어로졸과 대기 질 연구'에 게재가 확정된 논문을 통해 중국에서 일본으로 날아오는 다핵 방향족 탄화수소(PAH) 농도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PAH는 주로 석탄·석유·목질 등 유기물질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며,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과 환경호르몬도 포함하고 있다.

PAH 중에서도 분자량이 크고 독성이 강한 종류는 미세입자에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
미세입자, 즉 미세먼지에 붙은 PAH는 장거리 이동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시카와 현(縣)의 '가나자와대학 와지마 대기 모니터링 지점(약칭 KUWAMS)'에서 2004년 이후 측정한 데이터와 최근 측정치를 비교했다.

일본 가나자와 대학의 대기오염 측정지점은 이시카와 현 노토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가나자와 대학의 대기오염 측정지점은 이시카와 현 노토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KUWAMS는 일본 중부의 동해에 접한 곳으로 북쪽으로 뻗어 나와 일본 자체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측정 데이터를 1차 조사(2004~2014년)와 2차 조사(2014~2019년), 2019~2020년으로 구분했고, 기간별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데이터만 사용했다.

봉쇄와 춘제 겹쳐 오염 크게 개선

그래프에서 2015~2016년(맨위), 2016~2017년 오염도(중간)와 2019~2020년 오염도(맨아래)를 비교했을 때, 2020년 오염도가 크게 낮아졌음을 볼 수 있다.

그래프에서 2015~2016년(맨위), 2016~2017년 오염도(중간)와 2019~2020년 오염도(맨아래)를 비교했을 때, 2020년 오염도가 크게 낮아졌음을 볼 수 있다.

분석 결과, 미세먼지(TSP, 총 부유먼지) 농도는 1차 조사 시기 평균이 ㎥당 2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2차 조사 시기 평균은 20㎍/㎥)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는 평균 9.7㎍/㎥로 절반을 밑돌았다.

연구팀은 또 먼지에 포함된 PAH 농도를 분석했는데, 1차 조사 시기 평균은 ㎥당 670 pg(피코그램, 1ng=1조분의 1g), 2차 조사 시기 평균은 550 pg/㎥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4월까지는 PAH 농도가 270 pg/㎥로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2월에는 PAH가 겨울·봄 측정치로는 역대 최저인 62 pg/㎥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2~4월의 PAH 측정치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2월은 지난해보다 52.6% 감소했고, 3월과 4월은 각각 36.6%와 3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올 2~4월 PAH 농도 감소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중국의 봉쇄 조치 때문으로 보이고, 봉쇄 기간이 중국 춘제(春節·음력설)와 겹치면서 PAH가 역대 최저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오염 줄이는 노력 계속해야

최근 중국의 대기 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사진은 2013년(위쪽)과 2017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모습. 로이터·신화=연합뉴스

최근 중국의 대기 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사진은 2013년(위쪽)과 2017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모습. 로이터·신화=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 1월 23일 후베이성 우한에 대한 봉쇄를 시작했고, 중국의 다른 지역들도 1월 29일부터 봉쇄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수도권인 징진지 지역(베이징-톈진-허베이 성)의 초미세먼지(PM2.5)는 전년 대비 45.7% 감소했고, 미세먼지(PM10)도 42.6%가 줄었다.

연구팀은 "중국은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24%를 차지하고, PAH 농도는 다른 나라보다 높다"며 "겨울철 난방 기간에는 중국 대기 중의 PAH 농도가 상승, 바람이 닿는 이웃 국가의 대기오염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다만 중국 정부가 2013~2017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수행했고, 그 결과 일본 KUWAMS에서 측정되는 대기오염도 역시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일본  KUWAMS에서 측정한 대기오염도는 중국이 시행하는 대기오염 관리정책을 직접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중국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지난 1월 1~20일과 2월 10~25일 위성사진. 대기 오염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중국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지난 1월 1~20일과 2월 10~25일 위성사진. 대기 오염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중국이 오염 배출량을 줄이면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이 줄고, 동아시아의 대기오염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배출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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