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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급상승 볼보, S90 출시…180cm 다리 꼬아도 뒷좌석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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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S90의 부분변경 모델은 전장이 125㎜나 늘어났지만 고유의 아름다운 비례를 잃지 않았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팔린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S90의 부분변경 모델은 전장이 125㎜나 늘어났지만 고유의 아름다운 비례를 잃지 않았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팔린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의 상승세가 뜨겁다. 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가수 이효리 등 유명 연예인이 알아서 TV에 노출해 주고, 정면충돌 사고를 겪은 방송인 박지윤씨 가족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소식에 최근 다시 화제가 됐다. 물론 뛰어난 디자인과 상품성 덕분이다.

[타봤습니다]

독일 프리미엄 3사로 한국 수입차 시장의 쏠림이 가속하고 있지만, 테슬라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는 볼보 정도다. 볼보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 ‘E세그먼트(중형 세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된 S90이 주인공이다.

틀린 그림 찾기? 디테일이 다르다

10일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4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온 S90을 만났다. 미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형 S90은 전작보다 길이가 125㎜ 길어져 5m 넘는 대형 세단으로 변신했다. 늘어난 전장은 고스란히 뒷좌석 공간의 증가(120㎜)로 이어졌다.

주력모델에 장착된 B5엔진은 250마력의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 적용돼 출발 가속과 재시동 때 14마력 가량의 출력을 보조한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휠베이스가 3m나 되지만 숏바디 모델의 운동성능을 잃지 않았다. 뒷좌석은 동급 수입차나 국산차를 압도한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꽤 덩치가 커진 것인데 그냥 봐선 알아채기 어렵다. 기존 모델의 디자인 완성도가 워낙 높았던 데다 안정감 있는 비율을 거의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T자형 주간주행등이나 전반적 디자인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디테일만 조금씩 다르다.

프론트 그릴은 XC90에 반영됐던 패밀리룩을 따 왔다. 볼보의 엠블럼인 ‘아이언 마크’는 조금 커졌고 입체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아이언 마크 안에는 전면 카메라를 숨겼다. 범퍼 하단부를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이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측면과 후면 역시 전장이 길어진 만큼의 미묘한 변화만 느껴진다. 테일램프(후미등)의 디테일은 조금 변화했다. 이전 모델이 대문자 E자 같은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방향지시등 부분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시퀀셜(순차 점등) 방식으로 바뀌어 트렌드에 맞춘 것도 특징이다. 시승 차인 B5 인스크립션 모델에서는 배기 테일 파이프가 사라졌다.

여전히 예쁜 인테리어, 모니터는 아쉽다

내부 역시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예전엔 최고 트림(차급)인 액설런스에만 달리던 크리스털 변속 레버가 눈에 띈다. 스웨덴 크리스털 제조사 오레포스가 만든 것인데 전자식 기어 형태여서 감촉이나 조작감이 모두 훌륭하다.

옆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처음 장착됐다. 일부 수입차나 국산차가 슬롯 타입으로 집어넣거나 구석에 배치한 것과 달리 변속레버 바로 옆이어서 꺼내기 쉽다. 9인치 크기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처럼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이제는 좀 작아 보인다.

4년 전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놀라웠는데, 그사이 경쟁사들이 대형 모니터를 워낙 많이 달아서 그렇다. 가로가 짧은 모니터여서 특히 애플 카플레이를 구동할 때 시인성이 떨어진다. 다음 모델에선 최적화하거나 모니터를 키웠으면 좋겠다.

대형세단보다 넓은 뒷좌석

부분변경의 핵심은 뒷좌석이다. 질 좋은 나파가죽으로 만든 시트의 착좌감은 예전에도 좋았지만, 뒷좌석만 120㎜가 늘어나 경쟁 국산·수입 세단은 물론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넉넉한 거주성을 확보했다. 키가 180㎝ 넘는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을 정도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달아 개방감을 높였고, 다소 궁색해 보이던 암레스트도 고급 세단답게 변화를 줬다. 뒷좌석 우측 자리에선 조수석 시트를 밀거나 접을 수 있는 ‘워크 인’ 버튼을 조작할 수 있고 옆·뒷유리의 선블라인드를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다.

경쟁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세단과 비교하면 시트를 뒤로 젖히는 기능(리클라인)이 빠졌고, 인포테인먼트 조작 패널이나 모니터가 없는 것이 다소 아쉽다. 1열과 2열은 물론 루프 글래스까지 모두 이중접합 유리를 썼지만, 뒷좌석 소음은 조금 있는 편이다. 하지만 경쟁 대형 세단이 1억원을 호가하는 점을 생각하면 6000만원대 E세그먼트 차량에서 이 정도는 흠이 안 된다.

볼보 특유의 '스웨디시 럭셔리'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대로다.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이제는 조금 작아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스웨덴 명품 크리스털 업체 오레포스가 만든 변속레버가 전 트림에 달린다. 변속기 역시 전자식으로 바뀌었다. 무선 충전 기능이 추가된 것도 눈에 띈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변경 이전 모델과 비교할 때 암레스트가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S90 부분변경의 핵심은 뒷좌석이다. 대형 세단 못지 않은 거주성에 전동식 선블라인드를 장착했고, 고급 나파가죽을 적용한 시트의 착좌감도 뛰어나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휠베이스(앞·뒷 바퀴 축간거리)가 늘어나 차의 꽁무니가 밀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주행 밸런스가 뛰어나다. 휠베이스를 늘린 국산 대형 세단의 경우 밸런스가 무너져 후석 승차감이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볼보답다. 볼보는 독특하게 후륜에 판 스프링(리프 스프링)을 사용하는데,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멀티링크 방식 서스펜션보다 훌륭하다.

굳이 따지자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대형 세단보다 다소 소음이 크고, 잔진동이 전해지는 편이지만 매우 컴포트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문제 삼을 정돈 아니다. 경쟁 수입 대형 세단은 에어서스펜션을 넣고 흡음재와 차음재, 고급 진동흡수 소재들을 사용한다. 역시 가격을 생각하면 모두 용서될 수준이다. 무엇보다 시트의 착좌감이 매우 좋다.

심심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다

운전석에서의 느낌은 요즘 말로 ‘볼보가 볼보했다’는 느낌이 든다. ‘안전의 대명사’라지만 실제의 안전 성능보단 제조사의 철학이 고객의 신뢰를 높인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여서 안전 장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매우 안락한 일부 수입차나 국산차와 비교하면 비교적 단단한 편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통해 노면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요철 구간을 지날 때의 거동은 한 급 아래인 S60과 비교하면 우아하다. 과속방지턱을 타고 올라갈 때, 그리고 내려올 때 모두 거친 진동은 흡수하고, 잔진동은 노련하게 분산한다.

250마력의 B5 엔진은 디젤 엔진을 포기한 볼보의 주력 엔진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어서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에 엔진 출력을 보조한다. 최고출력 250마력에 전기모터가 14마력 정도를 더해주는 형태다. 볼보가 주장하는 것만큼 친환경적이라 하긴 어렵지만, 출발과 가속 때 넉넉한 출력을 보태준다.

상급인 T8 엔진(합산출력 405마력)이라 해도 독일 스포츠세단처럼 운동성능에 모든 걸 쏟아붓는 타입은 아니다. 넉넉한 출력으로 침착하게 달리고,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움직인다. 여기에 충돌 시 안전 장비는 물론 사고를 예방하는 각종 첨단 장비가 망라돼 있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시승 도중 갑자기 끼어든 화물차 때문에 긴급제동기능이 작동했다. 빠르고 신뢰감이 높은 시스템이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가장 신뢰감이 높다. 아직 차선변경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높였다 줄이고, 차선 가운데를 잘 지킨다. 곡률이 큰 램프를 빠져나갈 때도 테슬라를 제외하면 완성차 업체 가운데에선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안전 테스트 결과를 보면 볼보가 아니더라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9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제조사가 주는 신뢰감은 단순히 테스트 결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E세그먼트에서 볼보의 신형 S90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느끼는 건 이런 철학과 자세 때문이다.

국내 판매가는 B5트림이 6030만원(모멘텀)·6690만원(인스크립션), T8트림(AWD 인스크립션)이 8540만원이다. 주력 판매 모델은 6000만원대인 B5트림인데, 충분히 제값을 한다.

인천=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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