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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국방부 ‘문제없음’..추미애 면죄부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여당 의원들의 비호 속..국방부 '추미애 아들 휴가 문제없음' #정권차원 면죄부 움직임?..최근 추락하는 여론 잊지말아야

9일 폭로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가 관련 국방부 기록. 병가 연장을 위해 그의 ‘부모’가 민원을 넣었다고 돼 있다. [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9일 폭로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가 관련 국방부 기록. 병가 연장을 위해 그의 ‘부모’가 민원을 넣었다고 돼 있다. [사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1.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의혹과 관련돼 10일 하루동안 주목할만한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사실은 보이지 않게 다 연관돼 있는 느낌. 뭔가 사건진행의 변곡점이 잡힙니다.

오후 2시 국방부에서 갑자기 ‘언론보도 관련 참고자료’를 내놓습니다. 그동안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일체 대응을 안했던 국방부가 갑자기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기자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일문일답이나 별도 배경설명은 없었습니다.

2.

자료의 요지는 한마디로‘휴가에 아무 문제 없다’입니다. 각종 법과 국방부 훈령과 육군 규정 등등을 열거했습니다.
휴가는 부대장이 서류 없이 말로도 허가할 수 있으며, 서류는 사후에도 제출할 수 있으며, 휴가 연장은 부득이한 경우 전화로도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자료를 보고 훈령이나 규정의 해석을 두고 따지자면 끝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 자료는 최대한 추미애 아들에게 유리하게 맞춘 것들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자료가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사건의 진실을 말해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카투사 예비역들에게 물어보면 압니다. 그래서 그런 규정대로 군대생활한 사람, 누구 있음 나와보라고.
예비역들은 난리 났습니다. 군대 좋아졌다고.. 앞으론 휴가 나왔다 부대 안들어가도 전화하면 된다고..휴가는 내 맘대로 정하고..

3.

국방부가 굳이 입장을 바꿔가며 갑자기 자료는 내놓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직접 원인은 9일 야당(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방부 내부자료(인사복지실에서 작성한 면담기록)를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김도읍 의원은 10일 추가자료까지 폭로했습니다. 같은 상임위(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끼리 돌려보던 자료를 입수한 거죠. 내용을 보니 9일자 내부자료가 포함된 원 문서인데, 국방부와 검찰과 추 장관측 변호인까지 공유했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야당이 요구했을 때는 제출거부했던 자료라네요.

국방부는 9일 1페이지 문건이 폭로된 상황과, 10일 20페이지 원 문건이 야당에 유출된 상황 사이에서 재빠르게 면피에 나선 걸로 보입니다.

4.

우려되는 것은 이런 국방부의 입장표명이 이어질 검찰수사에 미리 ‘무죄’라는 정답을 정해주는 듯한 의심입니다. ‘수사 중인 사안’임은 여전한데 왜 굳이 면죄부를 흔들까요.

우연인지 모르지만 10일 추미애 아들의 억울함을 비호하는 여당 의원들의 ‘아무발언 대행진’이 극에 달했습니다.

“추 장관 입장에서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 우리가 이해하자”는 설훈 의원의 억지에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왜 이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화살받이를 자임할까요.

5.

문건에 근거한 김도읍 의원의 주장이 맞다면, 여권과 정부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추미애에 면죄부를 주기로 작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여권 핵심에선 ‘별거 아닌 사건인데, 추미애가 잘못 대응해 일을 키웠다’는 분석과 ‘반정부 성향 보수언론이 과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별 것 아닙니다. 사실 추미애의 민원은 대부분 (군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면피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범법행위로 찍어내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군에서‘열외’를 주는 건 지휘관 재량에 따라 거의 무한정이니까요. 빽만 있다면..

6.

문제는 장관이 그런 민원을 수없이 반복하고, 장관청문회 이후 무수히 거짓말을 했다는 점입니다.
책임 있는 정치인에게 사법적 판단 이전에 도덕성과 책임감이 더 중요합니다. 사법적 판단은 이런 속도라면 이 정권에서 안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덕적 판단은 이미 끝났습니다.

7.

추미애 장관이 뭐기에 정권 전체가 나서 비호한다는 의심을 살까요.
그 결과가 10일 나온 리얼미터 여론조사입니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45.7%)보다 부정(49.5%)평가가 더 높습니다. 코로나로 다시 올라가던 지지도가 확 꺾였습니다.
얼마전만 해도 더블스코어로 앞서가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33.7%로 떨어지고, 반토막이던 국민의힘은 32.8%로 올라왔습니다. 오차범위내 격차이기에 통계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훈은 이해하자고 했는데..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는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04명 상대로 유무선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으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