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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특종 기자 우드워드와 18번이나 인터뷰를 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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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9일 일부 공개된 그의 저서『분노(Rage)』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숨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AP=연합뉴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9일 일부 공개된 그의 저서『분노(Rage)』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숨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AP=연합뉴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분노(Rage)』가 11월 미국 대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신간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 신작 일부공개 #트럼프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숨겼다고 폭로 #'언론 잘 아는' 트럼프 왜 우드워드와 18번 인터뷰 했나 #우드워드, 거짓말 알고도 바로 공개 안했다는 비판도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진행한 18번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분노』를 썼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부터 마이클 코언 전 개인 변호사까지 올해 들어 출간됐던 회고록이 저자의 경험담과 목격담을 주로 담은 것과는 달리 『분노』는 트럼프와 나눈 ‘밀실’ 대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폭로성 회고록에 대해 일방적 주장 내지 거짓말이라고 일관되게 반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에 나온 주장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해명하고 나선 이유다.

이 때문에 언론을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드워드와 많은 인터뷰를 갖고 녹취까지 허용했냐는 의문이 나왔다. 특히 우드워드는 2018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를 출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성과 무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경력이 있는 기자라 의문은 더욱 커졌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18번의 인터뷰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쓴『분노(Rage)』가 오는 15일 출간된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18번의 인터뷰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쓴『분노(Rage)』가 오는 15일 출간된다.

이에 대해 CNN 정치전문 기자이자 선임기자인 크리스 실리자는 ‘명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과 ‘미국 정치에서 우드워드의 위상’을 그 해답으로 꼽았다.

실리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타고난 사업가이자 ‘쇼맨’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에 능하며, 영원히 기억될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에 자신의 얼굴을 조각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실리자는 지적했다.

여기에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로 알려진 우드워드가 미국 정가에서 갖는 독보적인 위치와 역할이 더해졌다. 특히 우드워드는 대통령의 삶과 백악관에서의 시간 등을 책으로 소상히 써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책 4권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관한 책 2권 등 19권의 책을 쓰거나 공저했고, 이 중 13권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드워드가 여전히 미국 정치계에서 영향력이 큰 언론인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2018년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EPA=연합뉴스]

2018년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EPA=연합뉴스]

우드워드의 경력과 위상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성에 대한 집착이 이 18번의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것이 살리자의 판단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을 정도로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다. 실리자는 우드워드 정도의 위상을 가진 인물을 통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남길 수 있다는 유혹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9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전작『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을 비판적으로 쓴 이유에 대해 자신과 직접 인터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신감이 넘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신간이 자신에게 긍정적일 것을 기대하며 인터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알고도 폭로 미룬 우드워드

우드워드는 신작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부터 이 질병의 위험성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도 숨겼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나는 이 나리의 치어리더다.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그래서 국민을 겁주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법관 지명자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분노(Rage)』에서 제기된 코로나19 평가절하에 대한 질문만 쏟아졌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법관 지명자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분노(Rage)』에서 제기된 코로나19 평가절하에 대한 질문만 쏟아졌다. [EPA=연합뉴스]

일각에선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감추는 실태를 알고도 바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인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음에도 자신의 책을 위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결국 미국의 코로나19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미국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의 스콧 노바 기자는 9일 “2~3월에 있었던 이 사실을 우리는 왜 책이 출간되는 9월에 알아야 하는가”라며 “특히 팬데믹 같은 중요한 시기에는 이런 중요한 사실은 바로 알리는 게 언론의 책무”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보드먼 템플대 저널리즘학과장도 이날 트위터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저서를 위해 정보 공개를 늦추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 행위인가”라고 적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얘기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험하다는) 정보의 출처를 알지 못했다”며 “5월이 돼서야 이 정보가 백악관 극비 브리핑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드워드가 지난 2월 트럼프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들었지만, 출처를 알 수 없어 정보를 확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또 (이 사실을 접한) 2월까지는 사태가 심각하지 않아서 (코로나19가 위험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는 “무엇보다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늘 헷갈린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 일은 정확히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사태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밝히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어 “뉴스 기사로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것보다 책으로서 더 완전한 맥락 속에서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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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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