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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약 기다리다 분양가 1억 뛴다…127만가구 쏟아져도 1주택자엔 '그림의 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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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부터 2022년까지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공분양 아파트 6만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개발 예정지. 연합뉴스

내년 7월부터 2022년까지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공분양 아파트 6만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개발 예정지. 연합뉴스

서울 집값 급등으로 촉발된 정부의 수도권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127만가구라는 막대한 물량을 앞세우며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전청약은 계획 발표에서 실제 공급(준공)까지 체감 시차를 줄이고 수요를 분산하려는 목적이다. 2010년대 초반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할 때 도입해(사전예약제) 초기에 톡톡한 재미를 봤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수도권 127만가구 중 6만가구 사전청약 #분양가 불확실하고 서울 당첨 확률 낮아 #서울 주택공급 부족 불안 해소에 역부족

하지만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 기대보다 불안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분양가 오른다

정부는 분양가가 땅값과 건축비로 정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보다 30%가량 저렴할 것이라고 했다. 사전청약 때 잠정적으로 정한 뒤 본청약 때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사전예약 분양가가 사실상 확정 가격이었다. 주택형별 평균 추정분양가를 제시했고 본청약 때 동·호수별로 구체화하도록 했다. 일부 본청약이 늦어지면서 이탈자가 많이 생겼지만 분양가가 사전예약 가격 그대로 유지돼 다른 일반 본청약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다.

2010년 11월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74㎡(이하 전용면적)의 사전예약 추정분양가가 3.3㎡당 1050만원, 가구당 3억2080만원이었다. 본청약이 8년 뒤인 2019년 1월 실시됐는데 사전예약 당첨자 분양가는 그대로이고 일반 분양가가 이보다 60%가량 더 비싼 4억85000만원(3.3㎡당 1600만원)이었다.

정부는 본청약을 사전청약 후 2년 이내에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분양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2년도 분양가가 적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기간이다. 현재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땅값을 감정평가 금액으로 정하는데 2년 새 땅값이 많이 오르면 분양가도 그만큼 오르게 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서울과 경기도 주거지 땅값 상승률이 각각 12%, 10%다. 하남(15%)·과천(13.5%)에서 상승률이 높다.

실제로 감일지구 84㎡ 공공분양 분양가가 2019년 11월 5억1000만원에서 지난 7월 6억원으로 20% 가까이 상승했다. 이 기간 하남시 주거지 땅값 상승률이 20.26%다.

이미 공공택지 분양가가 3.3㎡당 2400만원까지 오른 과천에선 사전청약에서 본청약까지 분양가가 84㎡ 기준으로 1억원 정도나 오를 수 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이번 사전청약 분양가 상승 우려는 이명박 정부 때와 달라진 분양가 산정방식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땅값을 개발비용인 조성원가로 계산했다. 조성원가가 정해진 금액이어서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다. 건축비만 바뀐다. 당시엔 사전예약 때 분양가를 거의 확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본청약까지 땅값 변동을 알 수 없어 분양가를 미리 정하기 어렵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명박 정부 때처럼 본청약이 많이 미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데 분양가마저 불확실하면 사전청약의 기대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1주택자에 좁은 문

서울 주택 수요를 겨냥한 주택공급인데 정작 서울 몫이 적다. 서울에서 나오는 물량이 많지 않고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인천에 들어서는 주택을 분양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31.2%이고 경기(12.5%)·인천(7.3%)은 서울의 3분의1 이하다. 집값이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올랐다.

청약

청약

정부가 계획한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물량이 84만6000가구이고 이중 서울이 14%인 11만8000가구다. 사전예약 6만가구 중 정부가 서울 주요 물량으로 내놓은 게 4000가구에 불과하다. 3000가구가 용산정비창인데 정부가 ‘변동 가능’이란 꼬리표를 붙여 이마저 확실하진 않다.

정부는 경기도·인천 공급 물량이 서울에서 가까워 서울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위치가 아니라 당첨 확률이다. 해당 지역 우선공급 제도 때문이다. 경기도 내 66만㎡ 이상인 대규모 공공택지에서 우선공급 비율이 해당 지역 30%, 경기도 20%, 서울·인천 50%다. 서울이 인천과 합쳐 50%지만 해당 지역과 경기도 경쟁 탈락자도 넘어오기 때문에 실제 당첨 확률은 훨씬 낮다. 지난 7월 청약경쟁률 135대1을 기록한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의 서울 당첨자 비율이 25%였다.

서울에서 경기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확률은 1990년대 초반 1기 신도시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당시는 해당 지역 우선공급 비율이 20%였다. 경기도 우선공급 비율 없이 나머지 80%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였다. 2006년 성남 판교신도시 분양 때는 해당 지역이 30%로 늘었지만 이때도 경기도 우선 물량이 없었다.

서울 용산 정비창에서 2022년 3000가구를 사전청약할 예정이다. 사진은 개발 전 현재 모습.

서울 용산 정비창에서 2022년 3000가구를 사전청약할 예정이다. 사진은 개발 전 현재 모습.

또한 수도권 공급 계획 127만가구는 유주택자에게 그림의 떡이다. 새 아파트로 갈아타고 싶은 1주택자도 꿈꾸기 어렵다. 거의 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 때문이다. 공공분양은 모두 무주택자 대상이고 민간이 짓는 민영주택도 85㎡ 이하에선 무주택자만 대상으로 하는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85㎡ 초과에 일부 1주택 몫이 있긴 하지만 ‘바늘귀’다. 전체의 12.5%다. 이것도 앞선 경쟁의 무주택 탈락자와 같이 추첨으로 뽑는다.

민영주택 85㎡ 이하 1주택자 배정 비율이 1기 신도시 때 50%였고 판교신도시 이후 25%를 유지하다 현 정부 들어 없어졌다. 85㎡ 초과의 1주택자 몫도 현 정부 이전까지 절반이었다.

정부가 2022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37만가구 중 민영주택이 12만가구다. 1주택자가 추첨 운을 걸어볼 만한 물량이 4000가구 정도(전체의 1%)에 그친다. 2018년 기준으로 수도권 1주택이 380만가구로 전체의 39%다. 무주택 가구가 47%다. 근래 집값이 뛴 데 새집으로 옮기려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가 크게 작용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1주택자가 기존 집값을 자극한다"며 "1주택자에 일부 문을 열어두면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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