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28세의 중국 청년 야오처는 자신이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그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 간 이식 수술을 해도 그가 살 수 있는 기간은 3년으로 추산됐다.
야오의 가족은 어떻게 해서든 하나뿐인 아들을 구하려고 했다. 부모가 나서 이식 수술에 합의했는데, DNA 검사 결과 놀랍게도 야오는 양쪽 누구에게도 이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28년 전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9일 베이징 완바오는 출산 당시 병원에서 아이가 서로 뒤바뀐 사실을 28년 만에 알게 된 두 가족의 사연을 보도했다. 야오의 친어머니는 허난성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지만, 병원 측 실수로 자녀가 뒤바뀌어 지금까지 다른 집 아이를 길러왔다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28년 만에 만난 친아들이 간암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야오의 친어머니는 "여생을 친아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면서 "내가 길러온 아들은 친부모님에게 돌아가서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야오를 길러준 어머니 역시 "두 아이가 원한다면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뒤바뀐 인생'에 대해 야오는 크게 불행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또 다른 가족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가족은 만나서 교류도 하고 가족사진도 남겼다. 어머니들은 서로를 언니, 동생으로 살갑게 불렀다.
자신이 중병에 걸렸는데도 사랑으로 감싸 안겠다는 친부모님에게 야오는 고마운 마음이다. 야오는 "한 때는 병 때문에 절망했지만, 가족들 때문에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타오른다"면서 "내 삶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 그저 하루하루 잘살아 보려고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문제가 된 허난(河南) 병원 측은 28년 전의 실수에 대해 사과했으나 가족 측은 병원이 여론에 떠밀려 사과한 것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허난성 카이펑 위생건강위원회는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이 넘었고, 관련 법규에 따라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은 소급기간을 넘어섰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혀 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뒤바뀐 28년'에 대해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273만 위안(4억7300만원) 규모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사건을 맡은 저우자오청 변호사는 "야오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