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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개발이익, 강북에도 쓸 수 있게”…서울시ㆍ국토부 법 개정 추진

중앙일보

입력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모습. 뉴스1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모습. 뉴스1

서울시가 강남 개발이익을 강북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9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강남의 개발이익을 강북 등 서울 전역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개정을 연내에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법 개정하면 '공공기여금' 사용 비율 정할 것

서울시가 이번에 밝힌 것은 '공공기여금' 사용에 대한 것으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장해오던 것이다. 공공기여금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용도변경이나 용적률 상향 등 개발에 필요한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사업자에게 받는 일종의 기부금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자동차의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로, 현대차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을 이유로 1조7491억원을 공공기여금으로 냈다. 박 전 시장은 "강남 개발 이익이 강남에만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공기여금 이용에 관한 법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현행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공공기여금은 해당 자치단체 범위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해 현대차의 사옥 건설에 따른 막대한 공공기여금이 강남에만 집중된다는 논리였다.

서울시는 이번 법 개정 추진에 대해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이 강남에만 집중해 지역 격차가 커지고 강남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 건립 부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 건립 부지. 연합뉴스

법 개정 시엔 전국 시·도에 적용

서울시는 공공기여금 광역화를 위한 법 개정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국토교통부와 열 차례가 넘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토계획법 개정안에 담겨있다. 천 의원은 2014~15년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 시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합의해 법 개정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면 강남에서 이뤄진 대규모 개발로 발생한 개발이익은 서울 전역에 쓰이게 된다. 모든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유휴부지 개발사업 등 자치구 범위 내에서 공공기여금 활용이 가능한 대규모 개발사업에만 적용될 전망이다.

또한 서울뿐만 아닌 전국에서 공공기여금을 각 자치단체가 나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법이 개정되면 사용범위는 시·군·구 단위의 기초지자체에서 도시계획 수립단위인 특별시와 광역시 등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법 개정이 되면 전체 공공기여금의 사용 비율을 시행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서울시 조례로 정하기로 했다. 공공기여금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설치와 임대주택 등 조례로 정하는 시설, 기반시설과 공공시설 설치에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이 발생하면 이를 공공임대주택과 공공기숙사, 공공임대산업시설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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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지역 반발할까

서울시가 ‘강남의 개발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공기여금 문제를 들고나올 때마다 강남구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7월 박 전 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개발이익 공유를 주장하자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구청장은 당시 "삼성동 현대차의 GBC 사업을 서울시 균형발전에 써야 한다는 기본정신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해당 사안은 이미 지난해 공공기여를 이행하기로 정해둔 사안인데 이 문제를 들고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었다. 실제로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는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과 탄천·한강 정비 및 친수공간 조성, 잠실 주 경기장 리모델링 등에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공기여금 법 개정 추진은 이미 협약이 돼 있는 현대차의 GBC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법 개정이 되면 앞으로 규모가 있는 개발사업에 적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서울 전역을 놓고 시급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기반시설 등 설치를 추진함으로써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상생발전의 토대를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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