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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되자 통제 못한 한강공원 통제선…선 넘어가 음식 먹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후 8시30분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 청담대교 기둥을 따라 ‘위험·안전제일’이라고 쓰인 빨간색 통제선이 둘러쳐져 있고 선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5단계 격상으로 출입을 통제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시가 일부 한강공원 구간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붙은 통제구역 표시다. 한강을 바라보고 서편에 위치한 잔디밭을 따라서도 통제선이 설치됐다.

통제선·안내문 있지만 버젓이 출입…단속 없어 

8일 상시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된 뚝섬한강공원 내 청담대교 하부의 모습. 통제선 안쪽(통제선 좌측)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8일 상시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된 뚝섬한강공원 내 청담대교 하부의 모습. 통제선 안쪽(통제선 좌측)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그러나 단속이 시행된 오후 2시 이후, 반나절 만에 통제선과 안내문은 무색해졌다. 낮 출입을 통제하던 파란색 셔츠 차림의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통제선을 손으로 들어 올리고 통제선 밖 한강 쪽으로 향했다. 상시 출입을 막는다던 다리 아래에는 10~20명의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동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방송이 공원 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지만, 통제구역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시가 '1000만 시민 멈춤 주간'의 하나로 한강공원 시민 밀집구간을 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관리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가 적은 낮 시간에는 현장 관계자들이 시민들을 단속·안내했지만 정작 퇴근 후 이용자가 몰리는 밤에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 취약지대 줄이겠다지만…밤 되자 곳곳 구멍

운동을 하던 시민들이 통제선 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허정원 기자.

운동을 하던 시민들이 통제선 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허정원 기자.

서울시는 8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한강공원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추진대책을 마련하고 오늘부터 시행에 나설 것”이라며 “밤 9시 이후 음주·취식 자제를 권고하는 등 야간 계도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음식점,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영업시간을 단축하자 사람들이 한강공원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단속해 방역 취약지대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통제선이 처음 설치된 이날 낮에는 비교적 관리가 잘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오후 2시경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 안내를 위해 22시까지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할 것”이라며 “30분 간격으로 마스크 착용, 금지구역 출입 통제 등에 관한 안내 방송을 하고 현장 계도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원 통제 상황을 알지 못했던 일부 시민이 통제구역 진입을 시도했지만 일일이 설명하고 금지구역 밖으로 내보냈다. 통제 기간과 범위에 관해 물어오는 시민들의 문의에도 성의껏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운동, 취식을 위해 한강을 찾는 밤이 되자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안내문을 읽고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지만, 선을 넘어 이동하는 인원이 대다수였다. 100여명이 넘는 시민이 장사진을 쳤던 단속 이전보다는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통제구역에 눌러앉은 시민이 20명 가까이 됐다. 이 구역을 지나던 한 시민은 “왜 사람들이 저 안에 들어가 있느냐”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인원 줄었지만…통제선 2~3m 밖은 여전히 붐벼

지난 1일 청담대교 아래에 100여명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통제가 이뤄진 8일엔 이보다 훨씬 줄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통제선 내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허정원 기자.

지난 1일 청담대교 아래에 100여명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통제가 이뤄진 8일엔 이보다 훨씬 줄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통제선 내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허정원 기자.

통제구역 내부뿐만 아니라 불과 3~4m 벗어난 길목과 계단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오후 2시만 해도 현장 관계자가 “통제 구역은 아니지만, 이 부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으니 가급적 이 주변에 있지 말라”며 다리 아래에 있던 노숙인을 이동시키기도 했던 곳이다. 이날 이곳을 찾은 최 모씨(29·여)는 “대놓고 사람들에게 말은 못 했지만 위험해 보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이대로면 감염 방지보다는 오히려 통행만 불편하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밝힌 공원별 통제 대상 구역은 ▶여의도 공원 이벤트·계절광장 ▶뚝섬 자벌레 주변 광장(청담대교 하부 포함) ▶반포 피크닉장 1·2다. 9시 이후 주차장 진입, 편의점 영업도 중지된다. 신용목 한강사업본부장은 “밤 9시 이후 한강공원에서 음주·취식은 가급적 자제해주시고 운동 등으로 시간을 보내주시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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