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좌관 전화해 휴가연장 요청, 이게 말되냐" 예비역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빽’ 있으면 원래 다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이번 정권은 또 내로남불이네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카투사 예비역 강모(26)씨가 한 말이다. 강씨는 8일 “병역비리는 워낙 비일비재해서 논란 자체가 새로울 것도 없다”면서 “다만 개혁이나 평등 이런 것을 외치는 정치인들이 자녀들의 특혜를 챙기면서도 정작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정치인 자녀의 엄마 찬스”

2016년 9월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에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방문한 추 장관이 장갑차를 시승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9월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에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방문한 추 장관이 장갑차를 시승하고 있다. 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에 예비역들까지 분노하고 있다. 예비역들은 “당사자나 가족도 아닌 국회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휴가 연장을 요청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예비역들은 서씨의 휴가 연장 의혹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보좌관이 개입한 데 대해 공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경기 의정부 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박모(28)씨는 “아무리 카투사가 일반 부대와 다른 점이 많다고 해도 제3자가 전화를 걸어 병사의 휴가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며 “서씨가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정치인 자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국 ‘엄마찬스’를 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말도 안 되는 특혜 요구”

예비역들은 보좌관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씨는 2017년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연이어 두 차례 병가를 냈다. 병가 일수만 19일이다. 서씨의 병가가 끝나갈 무렵 추 장관의 보좌관은 군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통원과 입원이 아닌 집에서 쉬면서 회복하려고 한다”며 “병가 처리해줄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씨의 휴가는 ‘개인 연가’ 명목으로 나흘간 연장됐다.

군 복무 중 병가를 내고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예비역 이모(24)씨는 “상병 때 목에 문제가 생겨 병가 7일을 받고 서울로 상경해 목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후 목을 움직일 수 없어 당분간 정상적인 군 생활이 불가능했지만 규정에 따라 부대 복귀 후 바로 국군함평병원에서 3주간 입원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보좌관의 통화 내역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특혜를 요구한 것이고 이러한 특혜가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해명 오히려 기름 부어

추 의원 아들의 의혹을 옹호하는 여당 인사들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 내에서는 “아들이 친한 보좌관 형한테 물어본 것”(8일 정청래 민주당 의원), “군대 갔다 왔으면 이런 주장 못 한다”(7일 김남국 민주당 의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김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좌관이 군부대에 전화한 건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부적절하지만 외압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을 부추겼다.

20년 간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던 한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며 “회사에서조차 몸이 아플 때 휴가와 관련해 상관에게 보고할 때 당사자가 하지 가족도 아닌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며 “언제부터 국회 보좌관의 업무가 의원 아들의 휴가를 챙기는 일을 맡게 됐냐”고 되물었다. 이어 “국방위 감사를 받는 군 입장에서 일선 부대 지휘관도 보좌관의 전화를 받으면 당연히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SNS(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2의 조국 사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군 복무를 경험한 젊은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사용자는 “조민 때는 논문 써 본 사람이 많지 않아 ‘똑똑하면 고등학생 때도 가능한가보다’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이 가기 때문에 저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다 안다”고 지적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조국 딸과 추미애 아들이 정유라와 다를 게 무엇이냐” “군대와 부동산은 온 국민이 프로니 속일 생각 하지 말아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