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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고'한 교육부의 학교 몰카 점검, 역시나 적발 '0건'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경찰관이 전파탐지기를 이용해 불법촬영카메라(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경찰관이 전파탐지기를 이용해 불법촬영카메라(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작한 교육부의 전국 초·중·고등학교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에서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불법촬영 카메라 긴급 점검' 결과 불법 설치된 카메라를 적발하지 못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총 1만1972곳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학교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창녕군과 김해시에서 현직 교사가 학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적발된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지난 7월14일 교육부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불법 촬영 카메라 긴급 점검 예고문. [교육부 트위터 캡처]

지난 7월14일 교육부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불법 촬영 카메라 긴급 점검 예고문. [교육부 트위터 캡처]

당시 교육부는 긴급 점검 계획을 보도자료와  SNS(소셜미디어)에 올려 홍보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대대적인 홍보로 불법 설치된 카메라를 치울 기회를 줄 것이란 지적이었다.

당시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페이스북에 교육부 게시물을 공유하며 "‘긴급 점검’을 ‘예고’하다니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멍청해질 수가 있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점검 방식도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앞서 나눠준 탐지 장비를 학교에 빌려줘 점검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갈수록 설치 수법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도 아닌 교사가 찾아내긴 쉽지 않다"면서 "외부 전문 업체가 불시에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비 부족으로 일부 학교는 점검을 아직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카메라 탐지 장비 개수가 한정돼 학교마다 순번을 정해서 빌려주고 있다"면서 "워낙 개수가 적다 보니 아직 빌려 가지 못한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7월 긴급 점검 계획을 미리 알린 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이번에는 적발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불법 촬영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교육부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14만4472명 중 1%가 신체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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