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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국 내세워 대북 제재 회피?…“베냉에 대형 동상 건립중”

중앙일보

입력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중국 업체를 내세워 아프리카 서부의 베냉에 대형 동상을 건립하고 있다는 주장이 8일 제기됐다. 미국의 소리(VOA)는 이날 익명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사실이라면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소리, "아프리카 베냉에 대형 동상 건립"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설계와 건설 맡아" #중국 업체 내세워, 중국서 주물작업하는 방식 #사실일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정면 위반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중국 업체를 내세워 아프리카 베냉에 대형 동상을 건설중이라고 미국의 소리(VOA)가 8일 전했다. [미국의 소리]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중국 업체를 내세워 아프리카 베냉에 대형 동상을 건설중이라고 미국의 소리(VOA)가 8일 전했다. [미국의 소리]

VOA에 따르면 아프리카 베냉의 매체인 ‘베냉 플러스’(온라인판)는 지난달 18일 자국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베냉의 강력한 정체성을 상징할 30m 높이의 동상이 건립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동상은 베냉이 세워지기 이전 왕국인 다호메이에서 용맹을 떨친 것으로 알려진 여군부대 ‘다호메이 아마존’의 여군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건설 중인 동상의 디자인과 제작을 중국 ‘베이징 후아시 샹췬 문화예술 회사’가 맡고 있는데,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VOA에 이 업체는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내세운 회사로, 실제 동상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은 만수대창작사 측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립 비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57년 11월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내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을 모아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단체다.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 주석 동상을 비롯해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선전물을 제작하고, 아프리카 등지에 인력을 파견해 외화벌이 활동도 해 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동상 건립 현장에 북한 측 직원들이 관리와 감독 역할을 하며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만수대창작사 혹은 해외 법인격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그룹(MOP)이 유엔과 미국 등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동상 건립은 동상의 여러 부분의 주물 작업을 미리 해외에서 진행한 뒤 이를 베냉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 주물 작업이 중국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VOA는 만약 이번 동상 건립이 만수대창작사가 진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대한 위반이라면서 베냉 정부와 외무부, 유엔 대표부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인 동상을 수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와는 별도로 MOP는 이듬해인 2017년에 채택된 결의 2371호를 통해 제재 명단에 올랐고, 결의 2397호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노동자들의 귀환 시점을 지난해 12월로 정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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