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OTT도 방송기금 내야" 지상파 출신 의원들 목청, 왜

중앙일보

입력 2020.09.08 06:30

넷플릭스. 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 로이터=연합뉴스

KBS·MBC·SBS 등이 내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넷플릭스·웨이브·티빙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도 내야 한다는 주장이 21대 국회에서 연일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앞장섰다.

무슨 일이야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열릴 때마다, ‘정부는 OTT에도 기금을 걷으라’는 요구가 나온다.
·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정필모(더불어민주) 의원이, 지난 7~8월 회의에서는 한준호(더불어민주) 의원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이같이 주장했다.
· 정부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정통기금)을 운용하며, 매년 이동통신사와 방송사(지상파·종편·보도전문·홈쇼핑·IPTV 등)가 분담금을 낸다. 이 돈을 OTT에게도 받으란 얘기다.

이게 왜 중요해

21대 국회 과방위에는 지상파의 우군이 가득하다. 이들의 기본 인식은 ‘OTT 때문에 지상파가 어렵다’는 것. 그러니 경쟁자인 OTT에도 방송과 비슷한 의무를 지우라는 취지다.
· KBS 부사장 출신인 정필모 의원은 "방발기금과 정통기금을 통합하고, 인터넷 포털과 OTT사업자에게도 기금을 징수하자"고 주장한다. 최기영 장관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의원은 한상혁 위원장에게 “방발기금 부과가 공정한 경쟁 여건을 뒷받침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금을 징수 안 하는 불평등은 해소돼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나랑 무슨 상관

OTT가 방발기금 부과 대상이 되면 OTT 업체별 국내 매출이 공개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얼마나 벌어가는지, 알아야 기금을 매기기 때문. 회사의 비용 증가가 소비자의 요금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 방발기금은 매출(홈쇼핑은 영업이익)의 2~6%를 내며, 징수율은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매겨진다.
· 국내 OTT 1위 사업자(유료가입자 기준) 웨이브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972억원에 당기손익 -212억원. 업계에선 “미래의 성장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하는 중”이라며 기금을 낼 수 있는 국내 사업자는 거의 없다는 입장.
· 지난해 지상파 3사에 매겨진 방발기금 분담금은 SBS 142억원, MBC 105억원, KBS 87억 원이었다(방통위 공고). 거꾸로 지원을 받기도 한다. KBS는 지난해 방발기금에서 프로그램 제작비 87억원을 지원받았다.

법 문제

OTT에도 기금을 걷으려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OTT는 현재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일 뿐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 지난해 정부는 방발기금과 정통기금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한 법안이 21대 국회에 발의돼 있다.
· 이통사가 내는 돈은 LTE·5G 같은 주파수를 할당받은 대가다. 여기서 올해 정통기금으로 6100억원, 방발기금으로 4990억원이 귀속됐다.
· 방송사가 낸 돈은 사실상 사업 허가권이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사업할 수 있고 공공재인 전파를 쓰기 때문. 각종 방송사가 올해 내는 기금 부담금 총액은 약 2000억원이다.
· 익명을 요구한 한 OTT 업체 관계자는 “기존 방송은 정부가 일종의 방송 면허를 주고 사업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금을 걷는 것인데, OTT는 허가 사업이 아니다”고 했다.

규제 문제

정부는 ‘국내 OTT를 키운다’고 공언한 상태다. 규제를 늘리기 쉽지 않다. 여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정부가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 지난 6월 정부 8개 부처는 합동으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OTT를 넷플릭스에 맞서는 콘텐트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것.
· 이후 과기부ㆍ문체부ㆍ방통위가 각각 OTT 관련 법안과 정책을 내놨고, 부처 간 주도권 다툼으로 규제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기영 장관은 이에 “청와대·국조실과 협의해 OTT 협의체를 만들겠다”며 “OTT는 규제보다는 지원하겠다”고 했다.
· 한상혁 위원장은 업계에서 규제 우려 목소리가 나오자 ‘OTT 사업자에게 방발기금을 언급한 적 없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국내 OTT. [중앙포토]

국내 OTT. [중앙포토]

그 전엔 무슨 일이

· 유튜브에 방발기금을 부과하는 법안(대표발의 변재일 의원)은 20대 국회서도 추진됐지만 불발됐다. 21대 국회에선 타깃이 유튜브에서 넷플릭스로 옮겨 온 모양새다.
· OTT를 방송사업자로 넣는 법안도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됐으나 통과되진 않았다. 당시 발의자인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은 MBC 보도국장 출신이다.
· 20대 국회에서 ‘통신사 vs 콘텐트사’ 망 사용료 논쟁에서 통신사에 유리한 ‘망 품질 유지법’(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됐다. OTT 같은 콘텐트 사업자도 망 품질 유지 의무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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