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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 분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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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미국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을 퇴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가 요구하는 회계 감사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중국의 스타벅스”라고 불렸던 러킨커피가 회계조작으로 나스닥(NASDAQ)에서 퇴출당한 사건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많은 중국 기업이 회계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전쟁과 맞물리면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이 아예 미국 증시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투자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로서도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건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미국과 중국의 정치 상황은 세계 최대의 두 경제가 빠르게 이별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상하이에 “중국의 나스닥”이라는 스타(STAR)마켓을 만들어서 기존 증시보다 느슨한 기준으로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당장 주식상장을 준비 중인 알리페이의 모기업 앤트그룹이 스타마켓과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밝혔고, 다른 중국 기업들도 미국 증시를 떠나 상하이와 홍콩 등 범중화권 증권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의 전개가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에 패한다고 해도 미·중 경제의 분리 수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전망한다. 미·중 경제 분리는 이제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고 있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