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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치솟는 카트비와 캐디피를 어찌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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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는 캐디가 없다.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갈 수 있다. [중앙포토]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는 캐디가 없다.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갈 수 있다. [중앙포토]

1960~70년대 미국에서 캐디 출신 흑인 프로골퍼가 꽤 나왔다. 흑인 아이들이 동네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며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웠고, 그중 재능 있는 아이가 골프선수가 됐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캐디 출신 골퍼가 갑자기 사라졌다.

코로나 호황 맞은 골프장 줄인상 #카트값 싸진 만큼 카트비 내려야 #캐디는 사치재, 골퍼가 선택해야

이는 전동 카트의 출현과 관계 있다. 캐디의 핵심 업무는 가방 운반이었다. 전동카트가 캐디 대부분을 대체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부 명문 골프장에만 캐디가 남아 있다. 가방도 메지만, 거리나 경사를 알려주고 공을 닦아준다. 골퍼에게는 일종의 사치재다. 영국에서는 전동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캐디는 고급 골프장에만 약간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골프장 캐디피와 카트비 인상 문제로 논란이다. 카트비는 코로나19로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8만원에서 9만원 또는 1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만원이던 캐디피는 올해 13만원이 됐고, 일부 골프장은 15만원까지 올렸다.

카트비 문제는 명쾌하다. 올리기는커녕 내려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계 성능은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간다. 2000년 즈음 카트 한대 값은 3000만원이 넘었다. 부속도 비쌌다. 지금은 1500만원 정도다. 내구성도 좋아졌다. 카트는 공공연하게 골프장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 카트비는 지나치게 비싸다.

캐디피 문제는 간단치 않다. 사람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의 인건비가 오르면 캐디피도 올라야 한다. 수요와 공급도 중요하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캐디 구하기가 어렵다. 정부의 특수고용직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법안이 상정된 터라 앞으로는 캐디도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캐디피를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 골프장의 캐디피는 비싼 편이 아니다. 미국 골프장 캐디피(팁 포함)는 150~200달러(약 18만~23만원)다. 영국은 150파운드(약 23만5000원) 정도다. 한 팀 전체가 아닌 골퍼 한 명을 담당하는 가격이 그렇다. 한국 캐디는 가방을 메지 않는다. 그러나 혼자서 4명을 챙기기 때문에 업무가 만만치 않다. 한국 골프장을 찾은 서양 골퍼는 “4명을 다 살피는 캐디 능력에 깜짝 놀랐다”고들 한다.

캐디피가 많이 올라 한국에서도 캐디는 사치재 성격이 되고 있다. 캐디피를 올리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용자인 골퍼의 선택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일부 명문 클럽을 제외하고는 캐디를 쓸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동카트가 있어 캐디가 꼭 필요하지 않고, 셀프 라운드도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거리 측정기도 많아졌고, 그린 경사도 혼자 읽어야 실력이 는다. 전면 노캐디로 운영하는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의 정영각 본부장은 "셀프 라운드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적응이 되니 오히려 골퍼들이 눈치 안 보고 비용 부담도 없어서 만족도가 높아지는추세"라고 말했다.

캐디 전문성도 올려야 한다. 경력이 길어도 거리를 틀리거나 그린 경사를 읽지 못하는 캐디가 없지 않다. 골퍼 커뮤니티에는 “손님을 무시하고 일을 대충하는 캐디 때문에 기분 상했다”는 한탄도 많다. 손님 갑질 뿐 아니라 캐디 갑질이 없는 게 아니다.

저임금 때라면 몰라도 적지 않은 돈을 받는 전문직이 되려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골프장에서 캐디의 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기계에 밀린 다른 많은 일자리처럼.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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