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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압수사 정황’ 영상 언론제보한 변호인 ‘기소의견’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의 강압적인 피의자 신문 정황을 언론에 제보한 변호인이 경찰에 의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A변호사에 대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2018년 10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B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B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A변호사는 지난해 5월 17일 한 방송사의 ‘경기도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 보도에 쓰인 영상을 제공했다. 해당 보도는 경찰이 피의자인 외국인 노동자 B씨에 대한 초기 신문 과정에서 강압 수사를 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에는 수사관의 반말, 비속어,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적 수사 정황이 담겼다.

보도가 나간 직후 폭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A변호사와 해당 방송사 기자를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제보자가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영상을 언론에 넘겼고 이를 기자가 그대로 내보냈다는 이유에서다. 영등포경찰서는 A변호사와 함께 입건된 방송사 기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변호사, 검찰 송치에 반발…경찰 “적법 절차 따른 것”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 피의자 B씨 변론을 맡은 A변호사가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블로그 캡쳐]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 피의자 B씨 변론을 맡은 A변호사가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블로그 캡쳐]

A변호사는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영등포경찰서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A변호사는 “영상은 몰래 찍은 것이 아니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이 녹화한 영상을 정보공개 절차를 통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으로부터 받았다”며 “영상을 제공한 제보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고 그 영상을 받아 뉴스를 제작한 언론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했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A변호사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거 자료에 의해 수사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20일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B씨에게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의 신상을 언론에 알린 것 또한 문제 삼았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직원을 주의 조치하고 피의자 관련 직무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저유소 폭발 사건은 2018년 10월 7일 오전 10시 30분쯤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 지사 저유소 인근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B씨가 1km 남짓한 거리에서 풍등을 날린 게 폭발 원인이 됐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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