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끝없는 병역비리..차라리 모병제 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터지는 추미애 장관 아들 비리..군대가 얼마나 싫었으면 #북한 핵보유와 남한 인구절벽..군 소수정예화 불가피하다

1.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관 아들을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보내달라는 민원이 국방부장관실과 국방부 국회연락단에서 해당부대장에게 떨어졌다..등등.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을 싸고도는 여권인사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통역병이 뭐 대단하다고 민원하냐’‘결국 안갔지 않으냐’등등.

2.

지난 코멘터리(추미애 장관,어느 경우든 사퇴해야)에서 밝혔듯 군대 얘기 나오면 예비역들은 말 안해도 다 압니다. 엄마빽이라는 것을..

추 장관 아들이 아파서 수술한 것은 동정받을 일이지만, 그 전후 과정에서 받은 열외와 특혜들은 모두 동료병사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번 사건을 고발하고 자신의 SNS기록까지 수사기관에 제공한 동료병사는 ‘억울’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일부 보수진영에선 이러한 마음의 상처받기가 대한민국 남성이 되어가는 사회화 과정이며, 그 결과 우리사회의 (보수)정체성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도 합니다.
물론 꼭 이번 사건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병영의 비합리적 관행이 그런 사회적 기능을 한다는 주장입니다.

3.

그런 주장을 하기엔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해온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위협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이 달라졌습니다. 재래식 무기 대신 핵으로 무장했습니다. 핵이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싸고 강력하기에 목숨 걸고 개발했습니다. 인해전술의 시대가 아닙니다.

일부 보수파들은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경우 북쪽 지역을 점령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없습니다. 남한이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한다는 상상은 북진통일의 환상입니다.

4.

결론은 우리 군의 소수정예화입니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고 말은 합니다. 그럼 우리 군은 사기가 높을까요. 추 장관 아들이나, 그를 고발하는 병사나 얼마나 군대가 싫었을까요. 미군 카투사가 그러니 한국군 병사들은 오죽할까요.

사기를 높이기위해 군에 가고싶은 사람만 가게 만드는 건 어떨까요. 모병제 말입니다. (현재는 모든 남자가 군에 가야하는 징병제입니다.) 군의 소수정예화를 위해서는 모병제를 같이 검토해야 합니다.

5.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어 소수화는 하기싫어도 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정부는 2020년 50만 병력까지 버티려고 합니다. 이후는 더 심각한 인구절벽입니다. 자연히 더 줄게 생겼습니다.

소수로 무력을 유지하려면 정예화되어야 합니다. 무기와 전술전략이 급속히 고도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무기와 전술을 18개월짜리 의무복무 병사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장기복무해야 합니다.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희망하는 사람을 뽑아 충원해야 합니다. 그게 모병입니다.

6.

문제는 돈입니다. 병사 월급을 많이 올려줘야 합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한꺼번에는 안됩니다.
돈도 돈이지만 제도 도입까지 통상 10년 정도는 걸립니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우리 여론은 반대가 더 많습니다.

7.

돈계산도 관점을 달리해야 합니다.
군 입장에서만 보자면, 돈 거의 안주고 펄펄한 젊은이들의 피와 땀을 독식하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생각해야 합니다. 군복무에 따른 기회비용이 큽니다. 군복무 대신 사회생활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소득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BTS처럼.

BTS가 입대 대신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고, 그 돈으로 군인을 희망하는 젊은이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주자는 겁니다. 국가적으로 그게 더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8.

문재인 대통령은 원래 모병제를 주장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그랬고 2014년 윤일병 구타사고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작년 모병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여론의 반대가 크자 슬그머니 거둬들였습니다.

아직도 여권의 속마음은 모병제일 겁니다. 최근 추미애 장관 아들 때문에 모병제 얘기하기가 더 곤란해졌지만..

9.

어차피 다음 대선에선 모병제가 이슈화될 겁니다.
북한의 핵무장, 남한의 인구절벽, IT시대 무기 고도화 추세 등등..어차피 군의 소수정예화는 피할 수 없고, 그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이 모병제니까요.
지난연말 선거법개정으로 18세부터 투표가 가능해졌죠. 이들에게 모병제는 싫어할 수 없는 공약일 것입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