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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중단’에서 ‘세계 최고’로…신라면블랙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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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블랙. 사진 농심

농심 신라면블랙. 사진 농심

출시 4개월여 만에 국내에서 생산 중단하는 ‘수모’를 겪고 9년 후 ‘세계 최고의 라면’에 등극한 제품.

한국 첫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블랙’ 이야기다.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가 지난 7월 전 세계 ‘BEST 11’ 라면 중 1위에 신라면블랙을 뽑으면서 신라면블랙은 ‘전화위복(轉禍爲福ㆍ화가 오히려 복이 된다)’의 대표주자가 됐다.

프리미엄 라면시장 개척…이름도 ‘블랙’   

신라면블랙은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맞아 2011년 4월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2000년대 다양한 즉석식품이 등장하면서 라면시장이 정체되자 농심이 프리미엄 라면 시대를 열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이었다. 연구개발에만 2년여가 걸렸다. 농심에 따르면 ‘설렁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 잡내가 나지 않는 국물 개발에 공을 들였다. 저온 농축 기술로 우거지와 무 등 채소 본연의 시원한 맛을 살리고 원재료의 향을 스프에 담았다.

제품 이름에 ‘블랙’을 붙인 것도 한국의 맛과 음식문화, 영양까지 고려한 ‘프리미엄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프리미엄급 제품에 붙이는 ‘블랙라벨’ 개념을 따른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액 90억원을 기록했다.

“1600원 문제없지만…영양광고 허위·과장” 

신라면블랙 프로모션. 사진 농심

신라면블랙 프로모션. 사진 농심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 드라이브 속에 편법 가격 인상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라면블랙(개당 1600원)의 가격 책정에는 문제가 없지만,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있다는 광고에 대해 허위ㆍ과장 표시를 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심은 이에 대해 ”포장지에 적힌 신라면블랙의 영양성분과 통상 밥 한 공기까지 포함하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가를 단순 비교한 것으로 기준의 모호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매출은 급감했다. 농심은 가격을 9.3% 내려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출시 4개월여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농심은 블랙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았고, 신라면이 글로벌 유통망과 브랜드파워를 보유한 만큼 세계 시장을 발 빠르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에 신라면블랙 생산체계를 갖췄다. 2013년 6월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매점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해외 유통망을 확대했다.

한국엔 없는 한국 라면으로 美서 인기…‘역수입 판매’ 검토도 

농심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 사진 농심

농심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 사진 농심

농심은 2012년 5월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신라면블랙 컵라면을 새롭게 내놨다. 이 시기 국내에서도 신라면블랙 재출시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한 할인점에선 신라면블랙을 미국에서 역수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면블랙은 2012년 10월 국내 시장에 컴백했다.

신라면블랙은 이후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신라면블랙사발’로 한 차례 더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용기면보다 진화한 차세대 용기면을 표방했다. 면은 밀가루와 전분 등 원료 배합비를 조정해 보다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구현하고, 스프도 조리 전후에 각각 따로 넣는 ‘전첨스프’와 ‘후첨스프’로 세분했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진동이 면의 식감을 찰지게 하고 끓는 물과 비슷한 온도에서 조리가 가능해 국물도 봉지라면처럼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농심은 신라면 블랙과 두부 김치찌개와의 조합을 선보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정에서 집에서 식사 대신 라면을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를 출시했다. 식사대용으로 먹기 좋도록 신라면에 두부와 김치를 담은 제품으로, 겉은 탱글탱글하면서 씹으면 연하고 부드러운 두부를 건더기로 추가했다. 농심은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신라면블랙의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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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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