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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팀원에게 팀장 근무태도 물어보는 사장은 몇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22)

언택트 시대는 회사 생활에도 큰 변곡점이 됐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미팅의 일상화, 절대적인 근무시간보다 성과, 업무 효율성이 중요해진 조직문화 등 조직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사진 pxhere]

언택트 시대는 회사 생활에도 큰 변곡점이 됐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미팅의 일상화, 절대적인 근무시간보다 성과, 업무 효율성이 중요해진 조직문화 등 조직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사진 pxhere]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그런데 재택근무 중 웃지 못할 사례가 종종 공유되고 있다.

“전 직원이 정장 입고 화상 회의를 하는데, 갑자기 부장님이 일어나보라고 해서 일어났어요. 사실 위에만 와이셔츠 입고, 하의는 잠옷이었는데….”
“5분마다 팀장님께 사내 메신저가 와요. 제가 자리를 비웠는지,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당하는 느낌이에요.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겠어요.”

언택트 시대는 회사 생활에도 큰 변곡점이 됐다. (일부 업종에 한해) 재택근무와 비대면 미팅의 일상화, 절대적인 근무시간보다 성과, 업무 효율성이 중요해진 조직문화, 애자일 방식의 경영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조직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변화하는 조직 생활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리더와 팀원 간의 신뢰를 쌓는 일’일 것이다. 전 직원이 정장을 입고 재택근무를 하는지 확인하는 일, 재택근무 중 5분마다 팀원에게 메신저를 보내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 모두 리더와 팀원 간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물론 언택트 시대 이전에도 리더와 팀원 간의 신뢰는 성과 향상, 조직 성장에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 서로가 일하는 걸 직접 볼 수 없고, 비대면 미팅과 보고가 늘어나면서 리더-팀원 간의 신뢰는 조직에 필수적인 가치가 됐다. 리더는 의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자리일 수 있다. 리더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달고 쓴 경험을 했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믿기 어렵고, 조직 내 인간관계 때문에 트라우마까지 생긴 리더도 있을 것이다. 또한 리더는 결과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모든 프로젝트를 거시적으로 관리해야 하니, 끝없이 질문하고 의심하고 검토하는 게 익숙한 자리다.

그러나 리더에게 끊임없이 의심받는 팀원은 도무지 업무 의욕이나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나 칭찬 대신 의심과 불신을 받으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진다. 나아가 팀원은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꺼리거나, 소위 보이는 업무에만 치중할 수도 있다. 리더의 불신이 앞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척, 뒤에서는 근무 태만한 직원을 만들고, 결국 그 조직은 리더가 신뢰할 수 없는 건강하지 않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은 리더의 어떤 점을 보고 리더가 직원을 의심하고 불신한다고 생각할까? 직원을 믿지 못하는 리더는 직원들을 어떤 방식으로 일하게 할까?

A사장은 영업부 B부장에게 매주 업무 보고를 받는다. 그런데 실무에 대한 디테일은 영업부 부서원 C과장을 따로 불러 질문한다. B부장은 자신이 동석하지 않은 미팅에서 C과장이 사장과 독대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사장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존중했다.

’요즘 B부장 일 열심히 해? 업무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나? 좀 한가한 것 같던데. C과장이 보기엔 어때?“ C과장은 사장이 B부장을 불신한다고 생각하고, 사장이 했던 말을 동료들에게 얘기했다. [사진 pxhere]

’요즘 B부장 일 열심히 해? 업무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나? 좀 한가한 것 같던데. C과장이 보기엔 어때?“ C과장은 사장이 B부장을 불신한다고 생각하고, 사장이 했던 말을 동료들에게 얘기했다. [사진 pxhere]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이 C과장을 불러 질문했다. “요즘 B부장 일 열심히 해? 업무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나? 좀 한가한 것 같던데. C과장이 보기엔 어때?” C과장은 사장이 B부장을 불신한다고 생각하고, 사장이 했던 말을 동료들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이 말이 B부장 귀에 들어갔다. B부장은 사장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평소 사장이 C과장을 따로 불러 실무자 미팅을 하는 이유가 자신을 감시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B부장은 회사와 사장에 대한 충성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동기부여를 잃었고, 이후 팀의 리더로서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신경 쓰거나, 팀 전체의 공을 본인 혼자만의 것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몇 개월 후 사내 감사 결과가 발표됐고, 부실한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사규를 어긴 B부장은 징계 대상에 포함되었다. A사장은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역시 믿을 직원 하나 없어. 이래서 항상 감사를 해야 한다니까. 일 열심히 안 하고, 성과를 조작하는 직원은 앞으로도 확실히 징계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본보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B부장 사건과 사내 감사 이후 A사장이 직원을 불신하고 의심하는 성향이라고 인지한 직원은 자신도 언제든지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장이 팀의 리더 없이 실무자 미팅을 진행하는 날이면 팀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팀 리더와 팀원 간의 갈등마저 생겼다.

직원들은 소위 총대 메는 업무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거나 책임을 지는 일은 사장에게 주요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론 리스크를 안고 공격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일도 꺼렸다. 직원들은 사장에게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를 줄 수 있는 일을 처음부터 피했다. A사장이 불신하고 의심했던 직원의 모습은 점점 현실이 되고 말았다.

B부장의 업무 의욕 상실과 충성도 저하의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사장의 미팅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B부장이 책임자로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 질의를 B부장을 배제하고 실무 담당자를 따로 불러 미팅을 한 것이다. 사장의 미팅 방식은 팀의 리더(B부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사장의 입장에서 실무자의 빠르고 자세한 피드백이 필요할 경우 책임자를 동석한 미팅이나 책임자를 참조에 넣은 메일, 또는 (아주 긴급할 경우) 전화나 메신저 등이 현명한 소통 방법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은 왜 A사장이 직원을 의심하고 불신한다고 생각할까? A사장은 C과장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질문을 했다. 실무자 미팅에서 직원에게 자신의 상사를 평가해야 할 법한 질문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알려졌을 때, 직원들은 ‘사장이 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있구나’, ‘나도 언젠가 저렇게 다른 직원과 사장의 독대 자리에서 평가받겠구나’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사장의 말 한마디는 때론 직원과 조직 전체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준다. 사장의 말에 직원들의 생각이 더해지면서 사장의 성향에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따라서 조직의 리더는 무심코 던진 말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직원을 믿지 못하는 사장의 성향은 직원들을 어떤 방식으로 일하게 할까? 사장 앞에선 열심히 일하는 척, 사장의 시야 밖에선 태만한 직원이 생긴다. 어차피 사장이 직원을 믿지 않으므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구태여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은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사장에게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을 믿지 못하는 사장은 결국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저하하고, 근로 의욕과 열정을 떨어뜨린다.

사장과 직원의 신뢰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장과 직원의 미팅은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미팅 별로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기, 피드백과 질문 주고받기, 성과 인정하기 등 각각의 목적에 맞는 미팅이 필요하다. [사진 pikist]

사장과 직원의 미팅은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미팅 별로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기, 피드백과 질문 주고받기, 성과 인정하기 등 각각의 목적에 맞는 미팅이 필요하다. [사진 pikist]

회사에서 직원과 사장이 무조건 믿고 일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한 얘기다. 따라서 사장과 직원 간의 업무적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상호 업무에 대한 약속과 그 이행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목표와 실행 계획, 그 과정과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직원과 사장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 꼭 필요하다. 특히 언택트 시대에서 더욱 중요하며, 회사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업무적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진화가 필요하다.

사장과 직원의 미팅은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미팅 별로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기, 피드백과 질문 주고받기, 성과 인정하기 등 각각의 목적에 맞는 미팅이 필요하다. 사장은 직원과의 미팅 시 필요 이상의 많은 직원이 참가하는지, 꼭 일대일 단독 미팅이어야 하는지, 반드시 대면 미팅이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과의 관계에서 프로페셔널한 사장의 모습이다. 업무에서 인간관계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커리어다. 그 리더의 자리를 유지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매 순간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필요하다.

직원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리더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이 일할 때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는지 생생할 것이다. 사장으로서 직원의 업무 의욕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탄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마련, 현명한 미팅 방식보다 ‘리더인 내가 직원인 당신을 늘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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