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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상청은 오보청? 바비·마이삭·하이선, 美日보다 정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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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가장 세력이 강력했던 때인 지난 5일의 모습. 태풍의 눈이 뚜렷하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가장 세력이 강력했던 때인 지난 5일의 모습. 태풍의 눈이 뚜렷하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오전 9시쯤 울산 해안에 상륙했다.
기상청은 태풍이 동해안을 따라 북진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는 다소 서쪽으로 치우쳐 육지를 밟은 것이다.

태풍‘하이선’예상 진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태풍‘하이선’예상 진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경남 내륙에 상륙,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의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나 일본 기상청에 비해서는 예보가 훨씬 정확했다.

한반도 접근 태풍에는 신경 쓰지만 #다른 나라로 향하는 태풍엔 '무관심' #처음 예보한 경로 고집하는 경향도

제주대 태풍예보센터장인 문일주 교수는 "예상과 달리 태풍이 상륙했지만, 오차 수준으로 봤을 때 대체로 정확한 편"이라고 말했다.

"바비, 옹진반도 상륙" 맞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앞서 제8호 태풍 '바비'나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진로 예보에서도 한국 기상청이 더 정확했다.

지난달 27일 태풍 '바비'는 북한 황해도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고, 예상대로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다.
이에 비해 일본 기상청과 JTWC는 태풍 바비가 북한 신의주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당초 모델이 예측한 태풍의 진로보다 실제 태풍이 조금 더 동쪽 경로로 북진할 것으로 판단해 예상 진로를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발표한 제9호 태풍 '마이삭' 예상 이동 경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발표한 제9호 태풍 '마이삭' 예상 이동 경로.

한국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마이삭 예상 진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마이삭 예상 진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태풍 '마이삭'은 지난 3일 오전 2시 20분쯤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한 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강원도 강릉 인근 남쪽 동해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이 지난 1일 예상한 진로, 즉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JTWC나 일본 기상청은 전남 여수 부근 남해안에 상륙한 뒤 곧장 북진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3개의 태풍의 진로 예보에서 한국 기상청이 미국·일본을 누른 셈이다.
지난해에도 한반도에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지만, 한국 기상청의 태풍 예보가 크게 빗나간 사례는 없었다.

전체 태풍 예보 정확도는 떨어져

*자료: 기상청 국가태풍예보센터

*자료: 기상청 국가태풍예보센터

하지만 이는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만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북서 태평양에서 한 해 평균 25.9개가 발생하는 태풍 전체를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이 가운데 연평균(1970~2018년 평균) 3.2개다.

기상청 국립태풍센터가 올해 초 발간한 '태풍 분석 및 예측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의 태풍 경로 예보 오차 결과는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본은 24시간과 48시간, 72시간 전(前)에 내놓는 진로 예보에서 가장 오차가 작았다.
한국은 96시간과 120시간 예보에서 오차가 작았다.

태풍 바비의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태풍 바비의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지난해의 경우 29개의 태풍이 발생했는데, 24시간 전 예보에서 한국 기상청의 예보 오차는 평균 92㎞였고, 일본은 81㎞, JTWC는 84㎞였다.
48시간 예보에서도 한국 기상청은 154㎞ 오차를 보인 반면, 일본은 134㎞, JTWC는 143㎞로 오차가 작았다.

72시간 예보에서는 일본 198㎞, 한국 206㎞, 미국 222㎞ 순이었다.

반면, 96시간 예보에서는 한국 기상청의 오차가 255㎞, 일본이 272㎞, 미국이 297㎞로 한국이 가장 정확했다.
120시간 예보에서도 한국이 가장 정확했다.

태풍 발생 초기 예보는 한국이 훨씬 정확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미국·일본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24시간이나 48시간 예보의 경우 유럽 중기 기상예보 센터(ECMWF)나 글로블 예보시스템(GFS) 등 기상 예측 모델이 제시하는 경로보다 한국 기상청의 오차가 더 컸다.

일관성 유지하려는 경향 강해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인 7일 오전 부산 광안리 일대에 높은 파도가 몰아 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인 7일 오전 부산 광안리 일대에 높은 파도가 몰아 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전문가들은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다른 나라로 가는 태풍에 대해서는 한국 기상청 예보관들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고,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상청 관계자도 "한반도에 접근·상륙하는 태풍에 대해서는 각 예측 모델이 제시하는 경로에 예보관들의 경험이 더해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태풍 전문가인 A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 기상청 예보관들은 대체로 예측 모델에서 제시하는 수치 거의 그대로 예보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미국·일본에서 예보하는 태풍 진로는 하루 사이에도 들쭉날쭉할 때도 잦다는 것이다.

7일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대 차도가 침수돼 차량이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뉴스1

7일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대 차도가 침수돼 차량이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반대로 한국은 앞서 예보한 경로를 고집하는 바람에 초기보다 나중으로 갈수록 기상청의 태풍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상청은 예보 모델 결과를 즉각 반영하기보다는 방재 차원에서 예보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비중을 더 많이 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는 "태풍이 접근했을 무렵에는 오차가 발생해도 예상보다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일단 큰 틀에서 예보가 맞았다면 예보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예보 모델이 점점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각 모델의 성능과 특성을 잘 평가·분석해 모델이 내놓은 결과를 예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관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너무 앞세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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