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ㆍ위중 환자가 162명(7일 0시 기준)으로 20여일 만에 13배 넘게 늘어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감염 중증도를 결정하는 인자를 발견했다. 향후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KAIST는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백혈구 중 하나인 ‘호중구’와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연관성을 밝혀 코로나19 중증도를 결정짓는 인자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호중구는 혈액의 전체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선천 면역 세포로,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에 대응하는데 필수적인 백혈구다. 병원체가 인체에 침투하면 감염 부위로 곧바로 이동해 이를 무찌르는 ‘보디가드’인 셈이다. 문제는 이 보디가드가 오작동 했을때다. 호중구가 무찔러야할 대상을 잘 알아보지 못함과 동시에 사이토카인을 대량 분비해 과도한 염증 반응(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은 폐 조직 상피세포에 나타난 손상이 호중구의 유입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발현에 따라 CXCL8(사이토카인을 포함한 염증유발 면역조절제)의 생성이 조절되는데, CXCL8이 높을수록 호중구 유입이 증가됐다. 결국 중증 환자의 폐조직에 유입된 호중구는 과도한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유도해 폐 조직 손상을 야기했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덱사메타손 등 치료제 개발에 단초 제공"
이는 향후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지정한 코로나19는 환자마다 다른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중증도 예상을 위해서는 확실한 바이오 마커 활용과 이를 바탕으로 선별 치료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 개발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 중인 덱사메타손 등의 당질코르티코이드 억제제의 기전을 밝히는 데도 도움을 줄 수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바이오 마커를 발굴해 덱사메타손 등 코로나19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 온라인판에 지난달 28일 게재됐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