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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막아달라"…SUV 미군 장갑차 추돌사고에 뿔난 포천 시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포천에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주한미군 장갑차와 추돌해 민간인 4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포천 시민들이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포천시민 탑승차와 미군 장갑차의 추돌사고와 관련해 인간 생명의 존중함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미군 측에 15만 시민의 강력한 경고를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포천시민 “사고 재발 방지” 촉구  

범대위는 이날 “미군의 안전규정 위반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를 규명하라”며 “‘효순·미선 사건’ 후속대책을 위반한 미군 관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최명숙 포천시사격장등범대위 위원장은 “관내를 운행하는 모든 군사 운행 차량은 주·야를 막론하고 72시간 전에 관내 지자체 및 거주 주민에게 고지를 의무화하라”며 “훈련이 빈번한 37, 43, 87번 국도상에 인도 설치와 장비 운행 시 사고방지 경고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또 “도로 파손의 주범인 전차는 중장비 수송차량(HET)으로 이동해 훈련장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평상시 야간 기동훈련 중지하고, 군사차량 이동 시 전·후방 호송차를 운행하고 야간 식별이 가능한 부착물을 의무화하라”며 장갑차 사고 지역 주민을 위해 조속히 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범대위는 또 군사 훈련이 빈번한 37번 국도 영중~창수 구간 ‘2+1 시범도로’를 즉각 개선해달라고도 촉구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영로대교에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미군 장갑차를 추돌해 SUV에 타고 있던 4명이 숨지고 장갑차에 탑승했던 미군 1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 모습.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달 30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영로대교에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미군 장갑차를 추돌해 SUV에 타고 있던 4명이 숨지고 장갑차에 탑승했던 미군 1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 모습.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9시 30분쯤 포천시 미 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인근 영로대교에서 창수에서 관인 방면으로 달리던 SUV가 앞서가던 미군 장갑차와 추돌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과 인접한 이 도로에는 야간에도 주한미군 궤도차량이 이동한다. 사고가 난 미군 차량은 미군 210포병여단 소속 인원 수송용 장갑차다. 사고 당시 미군 장갑차 2대가 운행 중이었는데 사고 장갑차는 뒤따라가던 차량이었다.

미군 장갑차 ‘호위 차량’ 없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도로는 거의 직선이라 굽은 시골길에 비해 전방주시가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다. 사고가 난 장갑차는 작전 수행을 위해 차체 색이 어둡고 후면에 있는 등도 승용차만큼 크고 밝지 않았다. 가로등이 켜져 있었지만, 야간에 운전자가 빨리 발견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장갑차에 군용 차량 이동 시 동행하며 불빛 등으로 이동 사실을 표시하는 ‘콘보이’(호위) 차량이 동행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고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군 차량 이동 시 콘보이 차량이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며 “확보한 블랙박스에는 다리 진입 전 상황까지는 녹화가 돼 있지만, 진입 후부터 충돌까지 상황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포천시 관인면과 영중면에 각각 사는 50대 두 부부 4명(여성 2명, 남성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숨졌다. 119 도착 당시 이들은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숨진 두 부부는 함께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몇분 전 운전자 바뀌어”  

경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사고가 나기 몇분 전 운전자가 차주에서 동승자로 바뀐 것으로 파악돼 이 부분과 사고와의 연관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1명도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SUV 차량의 앞쪽 엔진 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으며, 장갑차는 오른쪽 무한궤도가 이탈했다. SUV 차량은 사고 후 반대편 차로로 퉁겨 나갔고, 미군 장갑차도 교량 옆 난간을 들이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지점은 편도 1차로 교량 위 도로로 장갑차를 추돌한 SUV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검을 통해 SUV 운전자의 음주 및 약물 투약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원인으로는 장갑차의 호위 차량 미운행 등 주한미군 측 과실과 추돌 차량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 음주운전 가능성 등 운전자 측의 과실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중앙포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중앙포토]

주한미군, 즉각 조의 표하고 훈련 중단

주한미군 사령부는 지난달 31일 “비극적 사고로 사망한 민간인 가족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미군은 한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의 훈련을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이 밝힌 훈련 중단 지역은 미 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일대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어와 영어로 “어제저녁 포천 인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한 희생자들, 그리고 유족들께 주한미군과 더불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전익진·이근평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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