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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다 된 도로 차량 ‘엉금엉금’, 바닷물 넘쳐 주민대피령…‘하이선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하는 가운데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2리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하이선'이 북상하는 가운데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2리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제주와 부산을 스치고 동해를 따라 강원도 쪽으로 북상하면서 집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기거나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하면서 대피행렬이 이어졌다.

태풍 하이선 제주와 부산 스치고 강원쪽으로 #집과 도로 침수되거나 끊어져, 하천 범람 위험 #경남 사천 여객터미널 인근서 차량 1대 추락 #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강원도 삼척에서는 40대 남성이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경북 울진군 매화면에서는 트랙터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7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가장 먼저 태풍의 영향을 받은 제주에서는 500가구 이상이 정전됐다. 하이선은 발생지보다 수온이 다소 낮은 28도 안팎의 해역을 지나며 당초보다 세력은 다소 꺾였지만, 중심기압 950hPa, 중심 최대풍속 시속 155㎞(초속 43m)로 강도 ‘강’의 세력을 유지한 채 이날 오전 4시 기준 서귀포 동쪽 약 260㎞ 부근 해상을 지나 부산쪽으로 이동했다.

 하이선 영향으로 제주 산지와 제주시 조천읍·구좌읍 등 북동부 지역에는 시간당 50㎜ 내외의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시 연동·건입동·애월읍의 건물에서는 긴급 배수 작업이 진행됐고, 애월읍 하귀1리에서는 차량이 물에 잠겼다. 전날(6일)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강우량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 394.5㎜, 한라산 어리목 363㎜, 제주시 99㎜, 서귀포시 24.1㎜ 등이다. 제주기상청은 이날 오전까지 산간지역 많은 곳은 300㎜ 이상, 제주 전역에는 100~2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제10호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7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동 남해고속도록 진출입로가 침수돼 차량운행이 통제 되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제10호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7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동 남해고속도록 진출입로가 침수돼 차량운행이 통제 되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강풍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제주시 구좌읍의 대형 도로표지판이 떨어졌고, 한림읍의 가로등이 쓰러졌다. 또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가로수가 꺾여 넘어지기도 했다. 최대 순간풍속은 오전 4시까지 고산 초속 31.2m, 새별오름 28.8m, 제주 21.8m, 서귀포시 9.9m를 기록했다.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제주를 기점으로 한 하늘길과 바닷길도 모두 끊겼다가 오후 들어 복구됐다. 이날 오전까지 제주국제공항을 기점으로 287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가 오후 12시 10분 재운항을 시작했다. 태풍 접근 당시 여객선 통제, 한라산 입산 금지도 이뤄졌다. 산림청은 제주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발령했다가 오후 6시쯤 ‘관심’ 단계로 하향했다.

 부산과 울산·경남에서는 하천이 범람하며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이선이 최근접한 오전 8시 전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과 동구 동천은 범람 위기에 처했고, 곳곳에서 차량 침수와 토사 유출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7시 31분 부산 강서구 지사동 미음터널 부근의 토사가 유출하면서 창원∼부산 간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또 북구 광덕물산 앞에도 토사 유출로 고속도로 진입구간이 전면 통제되면서 이 일대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제10호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린 7일 오전 부산 동구 중앙대로변에서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넘어져 있다. 송봉근 기자

제10호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린 7일 오전 부산 동구 중앙대로변에서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넘어져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에서는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도로 53곳이 통제됐다. 거가·남항·부산항·을숙도·광안대교와 우장춘 지하차도, 민락교~푸르지오, 원동교~안락 SK 아파트, 수연교, 연안교, 세병교, 산성로, 범어사 상행길, 정관 산단로 등이 침수로 통제됐다. 이날 오전 3시부터 태풍 경보가 발효된 부산은 시간당 30㎜의 비가 내렸다. 오전 8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금정 166.5㎜, 동래 137㎜ 등을 기록했다.

 안전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부산진구 개금본동에서 토사붕괴로 주택 입구가 막혀 68세 남성이 한때 갇혔다. 오전 6시 29분 동래구 온천동 한 육교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멈추면서 갇혔던 57세 남성이 구조됐다.

7일 오전 사천시 동서동에 있는 여객터미널 선착장 인근에 차량이 추락했다. 사진 통영해경

7일 오전 사천시 동서동에 있는 여객터미널 선착장 인근에 차량이 추락했다. 사진 통영해경

 이날 오전 7시쯤 경남 사천시 동서동에 있는 여객터미널 선착장에서 차량 1대가 바다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남성 1명이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됐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사고가 난 지점은 침수나 파도가 없어 통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 경찰은 차량이 선착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울산 태화강에는 오전 8시4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울산 남구 매암동 바닷가 마을엔 바닷물이 가정집 앞까지 차올라 주민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하이선이 북상하면서 동해안 쪽에도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경북 경주에서는 7일 오전 경주시 현곡면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마을에 있던 노인 11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앞서 경주시는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해안가 저지대, 하천변 주택가, 산사태 위험지역, 급경사지 등에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

 경북도에 따르면 9개 시·군 28곳 도로를 통제했다가 오후 7시 기준 23곳을 해제하고 울릉군 저동리 내수전터널~천부리 죽암마을, 울릉군 사동리 신항~서면 통구미마을, 울릉군 통구미터널~남양마을, 영덕군 축산면 경정도로, 봉화군 석포면~삼척 임원 등 5곳만 통제하고 있다. 오전 대피했던 인원은 모두 귀가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인 가운데 7일 오전 경북 경주시 현곡면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된 노인이 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사진 경주소방서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인 가운데 7일 오전 경북 경주시 현곡면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된 노인이 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사진 경주소방서

 강원지방기상청은 7일 오전 9시를 기해 강릉ㆍ동해ㆍ삼척ㆍ속초ㆍ고성ㆍ양양 등 동해안 6개 시ㆍ군 평지와 강원 북부와 중부, 남부 산지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격상했다. 태풍 특보는 오후 5시 해제됐다.

 이날 강릉(옥계)에는 초속 21.8m, 동해 18m, 삼척 16.3m의 강풍이 불었다. 6일부터 내린 누적 강수량은 강릉 88.9㎜, 속초 66.6㎜, 고성(대진) 63㎜, 삼척 60.5㎜, 양양 53㎜, 동해 51.1㎜ 등이다.

태풍‘하이선’예상 진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태풍‘하이선’예상 진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양양에서 주민들이 마을회관과 친인척집 등으로 대피하는 등 강원지역에서만 463세대 788명이 대피한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오후 7시 30분 기준 실종 2명, 경상 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 거제, 강원 삼척 등지에서 47세대 78명의 이재민도 나왔다. 일시 대피자 숫자도 늘어 총 3077명이 태풍을 피해 임시 대피했다. 이밖에도 항만시설 9곳 등 공공시설 423곳이 피해를 입었고, 7만5237세대에서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창원·부산·울산·경주·제주·강릉=위성욱·이은지·백경서·김윤호·최충일·박진호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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