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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M&A 잇단 노딜, 구조조정 올 게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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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약 10개월 동안 이어졌던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사실상 결렬됐다. 금호산업은 이번 주 중 현산 측에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한다.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약 10개월 동안 이어졌던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사실상 결렬됐다. 금호산업은 이번 주 중 현산 측에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한다.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고용 불안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까지 무산되면서 항공업계발 대규모 구조조정이 코앞에 닥쳤다.

아시아나, 현산에 결렬 곧 통보 #채권단이 관리 땐 감원 불가피 #에어서울·부산 분리매각될 수도 #이스타는 오늘 600명 해고 발표

6일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재실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1년 가까이 진행됐던 아시아나항공 M&A는 노딜(거래 무산)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이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이번 주 중으로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오는 10일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원가량의 자금 투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도 이번 주 초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안기금이 지원되면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12월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산은 등은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의 관리가 시작되면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같은 아시아나항공의 조직 개편 작업은 불가피하다.

금호그룹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현산 측에 구주를 팔아 3228억원을 확보해 그룹을 재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교통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금호 측이 기대하는 것은 현산이 계약금으로 낸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산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책임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가 산업은행과 벌인 계약금 반환 소송이 10년 가까이 걸렸다”면서 “이번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감축에 나선다. 이스타항공은 7일 600여 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뉴스1]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감축에 나선다. 이스타항공은 7일 600여 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뉴스1]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화물 없이 여객만으로 독자 생존이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내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를 버티지 못하는 LCC가 꽤 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일각에선 통매각 대상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나온다. 매물의 몸집을 줄여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중시되는 항공업의 특성상 자회사의 분리 매각은 매물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간판을 내리고 아시아나항공에 흡수해 규모를 키우는 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의 M&A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7일 600여 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말엔 98명의 직원이 희망 퇴직했다.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예비 투자자에게 투자의향서를 다시 발송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쯤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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