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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최악 시나리오 상상은 금물최선 바이오리듬 유지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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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전국이 다시금 감염병 공포에 사로잡혔다.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2만 명대에 진입했고 사망자는 300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과의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처는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적절한 생활 방역과 건강관리를 실천함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공생을 위한 노력에 나서자.

코로나19와 공생하려면

활동량 줄어 건강 염려돼요

감염 불안이 커지면서 생활 반경이 크게 줄었다. 일터를 오가는 것 외에는 대부분 집 주변에 머문다. 야외 활동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집에서 먹고 마시는 것으로 답답함을 풀곤 한다. 몸은 편한 대신 건강 염려가 커진다. 활동량이 줄 때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은 체중 증가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열량 섭취는 그대로인 채 운동량이 줄면 체내에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음식을 조절하고 실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이요법의 기본은 면·떡·빵 종류에 많이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은 늘리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목살·안심 등 살코기 위주로 먹고 두부나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다. 또한 김·미역 등 해조류와 곤약, 양배추 등 열량이 적으면서 포만감이 큰 식품을 즐겨 먹도록 한다.

외출 자제가 자칫 운동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집 안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너무 무겁지 않은 무게의 아령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러닝머신이나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유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운동기구가 없다면 계단 오르기, 벽 짚고 팔굽혀펴기, 누워서 엉덩이 들기 같은 맨손 운동을 권한다. 실내 운동은 30분~1시간이 적당하며 강도는 점진적으로 늘린다.

감염 걱정돼 병원에 못 가요

감염병 유행 시 지병이 있는 환자는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만성질환자는 약물치료를 중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약물치료를 게을리하면 혈압이나 당이 조절되지 않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매 환자는 약물 중단으로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으며, 만성 호흡기 질환자는 임의로 약을 끊거나 횟수를 줄이면 폐 기능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에 당면할 수 있다.

지병이 있는 사람은 병원 진료 시 응급 상황이 아니면 가급적 주중 낮 동안 외래 진료를 받도록 한다. 환자가 병원 방문이 불가능하다면 전화 상담·처방 혹은 대리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과거에 병원 진료 기록이 있는 만성질환자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정성이 확보된 경우에만 받을 수 있으니 미리 병원·의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게 좋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람 많은 장소를 피하고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은 규칙적인 수면과 양질의 식사, 간단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특히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은 병원·의원 이용이 어려워 재활치료를 임시 중단하거나 생활 반경이 줄어 근력이 약해질 수 있으니 신체 상태에 맞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

코로나 길어져 짜증 잘 내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불안·짜증을 겪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른바 ‘코로나 우울’이다. 코로나 우울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변화에 적응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증상으로 힘들다면 언택트 방식을 활용해 친구나 동료, 가족과 대화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순히 미디어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취미를 하나쯤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권 교수는 “취미 활동은 휴식을 즐기며 코로나 우울을 이겨낼 수 있는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소아·청소년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 다양한 스트레스 현상을 겪는다. 어린아이는 야뇨증이나 손가락을 빠는 행동이 심해지고 초등학생은 아기처럼 퇴행하는 애착 행동이 늘 수 있다. 사춘기 청소년은 대화를 거부하거나 공격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부모는 감염병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고 아이가 걱정과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또래 사이에 퍼지는 유언비어를 지속해서 접하면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부모는 부정확한 정보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 학교나 학원에 가지 못할 땐 수면·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하고 놀이·공부·휴식 시간을 아이의 연령과 성향에 맞춰 적절히 분배한다.

감염병 트라우마로 괴로워요

감염병 확진을 받거나 격리되면 건강 걱정뿐 아니라 가족과의 격리,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완치된 후에도 집중력 저하나 가슴·복부 통증, 만성 피로와 같은 후유증을 적잖이 호소한다.

지난달 ‘뇌, 행동 그리고 면역’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한 환자 402명을 한 달간 추적·관찰한 결과, 28%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경험했고 31%는 우울 증세를 보였다.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한 환자도 각각 42%, 40%에 달했다.

확진자·자가격리자는 감염자라는 낙인과 사회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기 쉽다. 외로움·지루함·고립감에 시달리고 감염의 원인으로 추정하는 지난 행동에 대해 자기 비난을 하기도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에 따르면 격리 기간에는 ▶요가·스트레칭 등 신체 활동을 하고 ▶카드놀이·게임 등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복식호흡, 명상으로 심신을 안정화하는 노력을 해야 트라우마를 예방할 수 있다. 반대로 ▶TV·인터넷 속 무서운 장면이나 루머 노출은 피하고 ▶뉴스나 정보 검색은 하루 1~2회로 줄이는 게 현명하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생각하면 압도당하고 지칠 수 있으니 나쁜 상상이 떠오르면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전환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힘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다. 확진자·자가격리자를 대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특정인 혹은 집단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 노출은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면역력이 떨어질까 우려돼요

코로나19 장기전을 대비하려면 건강 유지가 기본이다. 무더위와 장마를 거치며 떨어진 면역력을 끌어올릴 시기다. 수면과 식사는 면역 세포 수와 활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최지호 수면의학센터장은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7~8시간 정도이고, 생체 리듬이 깨지면 면역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낮잠을 피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담배·술·카페인을 줄이며 밤에 과식과 과격한 운동을 자제한다.

면역력과 직결되는 영양소는 아연, 비타민C·D, 셀레늄 등 미량 영양소다. 아연은 해산물·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식품에 많다. 도정하지 않은 곡류와 콩류에도 많이 들었다. 비타민C는 채소와 과일, 비타민D는 생선·버섯·유제품에 다량 함유돼 있다. 셀레늄은 육류·생선 등 동물성 식품과 견과류 섭취로 얻을 수 있다.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오수연 교수는 “어떤 영양소를 섭취했는지는 식품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며 “오늘 먹은 식재료가 몇 가지인지 확인한 다음, 내일은 한 개 더 늘리거나 오늘과 다른 식재료를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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