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억 넣어야 13주? 10월 빅히트 청약땐 개미 몫 커질 듯

중앙일보

입력 2020.09.06 10:00

업데이트 2020.09.06 10:30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 2일 카카오 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증거금 5400만원을 넣었다. 결혼에 대비해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의 일부다. 공모가는 1주당 2만4000원으로 이씨는 4500주(5400만원/2만4000원*청약증거금률50%)를 청약했지만, 역대 최대 경쟁률인 1525대1을 기록하며 배정받은 수량은 3주, 7만2000원어치였다. 수수료 2000원까지 제외한 나머지 5392만8000원은 돌려받게 된다. 이씨는 “부동산 규제로 대출이 막혀 사고 싶은 집을 살 수도 없어 5000만원 넘게 넣었지만 손에 쥔 건 고작 3주뿐"이라며 "결국 공모주 청약도 부익부 빈익빈인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반투자자 비중 늘리고 배정방식 손본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 열풍 사이로 일반 투자자들의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20% 물량을 금액에 따라 배정하는 부분이 소액투자자들에 불리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고쳐보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일반투자자 물량 20%에서 소액투자자들에 배분하는 비율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할 때 1억원을 넣어야 겨우 13주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 비율을 신축성 있게 바꿀 수 있느냐”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거 금액에 비례해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을 조정해 소액투자자들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일 공모를 마감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59조원 가까운 증거금이 몰리며 역대 최대 경쟁률(1525대 1)을 기록했다. 전체 1600만 주 중 우리사주조합(9.51%)과 기관투자가(70.49%)에 배당되는 물량 외에 20%(약 320만 주)를 차지하겠다고 몰린 돈이다. 3개월 전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의 ‘대박’을 목격한 2030 사이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투자한다’는 열풍이 불면서다. 하지만 급등한 경쟁률 탓에 1억원을 투자해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5주에 불과했다.

아예 일반투자자 배당 비율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광재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은 위원장으로부터 20% 일반투자자 비중 자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바꾸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규정을 고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0월로 예정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 기업공개(IPO) 때는 개미들의 몫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인 20%는 관행"…변경 부작용은 없을까

개미들의 몫이 20%로 굳어진 것은 ‘일반청약자에게 공모주식의 20% 이상을 배정한다’는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른 것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어서 금융위가 관련 규정을 손보면 조정이 가능하다”며 “'20% 이상'으로 돼 있지만 최저한도를 지키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자본시장 혁신을 추진한다며 배정 비율을 증권사 자율에 맡기자는 추세였다”며 “최근 개미투자자들 움직임이 커지니 이를 고려한 포풀리즘식의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 금융위는 IPO 공모주 물량을 배정할 때 주관사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만 혜택 볼 것이다”라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나오자 같은해 10월 당정 협의에서 '20% 룰'을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절의 일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종목이 카카오게임즈처럼 흥행을 거두기는 어려운데 비율을 높였다가 미달이 날 경우까지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20% 비율에도 미달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미달이 나면 인수주관회사가 부담을 떠안게 돼 증권사들이 인수주관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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