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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쥐꼬리 수익률' 퇴직연금···뉴딜펀드로 굴리면 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3일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내놓자 퇴직연금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쥐꼬리 수익률’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퇴직연금을 뉴딜펀드에 투입하는 방안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금융투자업계에선 “펀드 투입을 위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디폴트 옵션이 뭘까요?

퇴직연금의 종류.

퇴직연금의 종류.

#디폴트옵션?

=퇴직연금은 크게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에서 알아서 연금을 굴려주는 제도고, DC형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해서 연금을 굴리는 제도다.

=퇴직연금 DC형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설정한 투자상품으로 자동 선택하는 제도가 디폴트옵션이다. 한국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왜 도입하려 하나

=바쁘게 일하다 보면 연금 운용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DC형에 가입돼 있지만,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가입자가 많다. 이 경우 보통 원리금 보장형 상품인 예‧적금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된다. 지난해 기준 DC형의 80.5%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됐다.

=최근에는 금리가 0%대로 떨어져 예‧적금에 퇴직연금을 방치했다간 1% 수익도 못 낼 확률이 높다. 실제 2018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1.01%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익률은 2.25%였지만, 여전히 낮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디폴트옵션을 도입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수탁법인이 사전에 가입자에게 안내한 적격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굴리자는 것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퇴직연금 수익률.

#해외에선?

=미국은 디폴트옵션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2006년 연금보호법을 제정했는데 일부 조건만 충족하면 퇴직연금 운용 손실 책임을 기업에 묻지 않는 면책 조항이 특징이다. 가입자가 지시하지 않아도 운용기관이 연금을 투자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2018년 말 기준 미국 퇴직연금 규모는 27조1000억 달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이 중 28% 비중인 DC형 퇴직연금 대부분이 디폴트옵션 형태로 운용된다고 한다.

=호주는 2014년 정부 주도의 투자상품인 ‘마이슈퍼(MySuper)’를 반드시 디폴트옵션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이후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마이슈퍼 상품은 설계가 단순하고 수수료가 낮은 상품으로, 생애주기형 펀드의 비중이 높다.

#어디쯤 왔나

=20대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퇴직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 등의 여파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한국형 뉴딜펀드의 재원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디폴트옵션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2019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21조2000억원인데, 이를 뉴딜펀드에 투입하면 뉴딜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정부는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 운용방법에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민자사업 대상 채권(뉴딜 인프라펀드)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 없나

=퇴직연금이 ‘투자’의 영역에 들어서면 원금을 보장할 수 없다.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거론되는 뉴딜펀드 역시 ‘투자상품’인 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인 이유다. 가입자의 노후 자금인 만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원금 보장에 안주할 게 아니라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퇴직연금을 ‘불린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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