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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명대사] '나의 아저씨' 박호산 "내 인생의 기똥찬 순간, 그걸 향해 가는 중"

중앙일보

입력

“내 인생의 기똥찬 순간, 그거 하나 만들어봐야겠다.”

배우 박호산(48)은 내 인생의 명대사로 주저 없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속 상훈의 대사를 꼽습니다. 주인공 3형제 중 맏형 상훈은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장사는 두 번이나 망한 신용불량자죠. 복장이 터진 아내가 이혼하자는 데도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합니다.

박호산이 꼽은 이 대사도 그런 말 중 하납니다. 3형제가 여느 때처럼 단골 술집 ‘정희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때, 상훈이 넋두리합니다. “대한민국은 50년 동안 별일을 다 겪었는데 인간 박상훈의 인생은 50년간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징그럽도록 먹고, 싸고….” 막내 기훈(송새벽)이 “그만 먹고 싸고!” 버럭 하자 그제야 본론이 나옵니다. “만들라고. 기억에 남는 기똥찬 순간. 그래야 덜 헛헛할 것 같애.” 듣는 둥 마는 둥인 동생들을 보며 상훈은 이렇게 덧붙이죠. “정희야, 나 똥집 하나만 해줘.”

이 장면이 박호산은 기억에 남더랍니다. 주말 아침이면 조기축구하고 해 지면 술잔 꺾는 “아무리 좋아도 일상, 아무리 나빠도 일상” 속에 “내 인생의 기똥찬 순간, 그걸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요.

“옆에서 보면 상훈이 참 답답하죠. 근데 철없고 약자로서 최소한의 꿈? 이런 게 공감대를 일으켰던 것 같아요.”

그에게 “내 인생의 기똥찬 순간”이란 “지나왔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다 해놓고 죽을 때 생각날 것 같기도 한 것. 근데 그걸 계속 생각하고 산다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이 선해지고 막막해지지 않고 막연해지지 않는 종교적인 힘”이 있어서죠.

그에게도 터널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96년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데뷔,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간 뒤로 지금껏 300편 넘는 연극・뮤지컬을 공연했지만, 무명시절도 길었습니다. 지게차 운전, 건물 유리 닦기, 카페 통기타 가수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답니다. ‘나의 아저씨’에 앞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문래동 카이스트 강철두 역으로 대중에 얼굴도장 찍기까지, 그 세월을 그는 “좋은 작품 만나고 가장 많이 성장한 황금기”라 돌이켰습니다.

그에게 연기자란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공감이 되는 이유는 그게 다 마음에 있기 때문이죠….”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영상=정수경, 그래픽=이경은·황수빈

내 인생의 명대사

 배우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명대사입니다. 작품의 울타리를 넘어 배우와 관객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명대사를 배우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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