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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칠성사이다 향수’ ‘JTBC 동전지갑’ 이색 굿즈 인기

중앙일보

입력

팬덤 현상에서 시작… 기업과 소비자 소통창구 역할 톡톡

1. JTBC가 제작 판매하는 키링과 동전지갑. / 2. 칠성사이다가 출시한 향수 ‘오 드 칠성’. / 3. 대선주조의 비치타올. / 4. 빙그레가 래퍼 지코를 모델로 세운 ‘꼬뜨게랑’ 화보.

1. JTBC가 제작 판매하는 키링과 동전지갑. / 2. 칠성사이다가 출시한 향수 ‘오 드 칠성’. / 3. 대선주조의 비치타올. / 4. 빙그레가 래퍼 지코를 모델로 세운 ‘꼬뜨게랑’ 화보.

컬러풀한 키링(열쇠고리), 세련된 디자인의 캠핑 컵, 나뭇잎 모양을 띤 동전지갑. 얼핏 보면 디자인숍처럼 보이는 매장이 8월 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문을 열었다. 바로 JTBC가 새롭게 선보인 공간 ‘JTBC play’이다. 커피숍, 오픈 스튜디오, 전시 공간 등이 들어선 4층 규모의 이 건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1층 브랜드숍이다. ‘JTBC 굿즈(상품, goods)’를 판매한다.

[당신도 하나쯤은 있죠? 굿즈(goods) 열풍]

이곳을 찾은 20대 학생들은 제품을 촬영해, 자신들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며 공간 방문을 친구들에게 알린다. 방송국은 일상 제품을 만들고, 방송국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굿즈를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바야흐로 굿즈 마케팅 시대다.

기업이 주요 판매 상품 외에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이벤트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굿즈 마케팅은 식품업계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커피 회사가 자사 브랜드를 새긴 굿즈 컵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소주회사가 소주잔을 덤으로 주는 형태였다. 최근엔 획기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해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굿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좋다. 지난 5월 롯데칠성음료가 70주년 기념으로 사이다 향이 나는 향수 ‘오 드 칠성’을 내놓았는데 판매 30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향수는 칠성사이다 병 모양 그대로 제작해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제품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강화 효과 노려

굿즈 인기가 높아지자 유명 연예인을 굿즈 홍보 모델로 섭외한 기업도 있다. 빙그레는 꽃게랑 과자를 모티프한 ‘꼬뜨게랑’ 패션 굿즈를 선보이며 모델로 인기 래퍼 지코를 세웠다. 꼬뜨게랑은 꽃게랑 과자의 발음을 불어처럼 발음한 것으로, 명품 패션 브랜드 식으로 카피했다. 제품은 힙합 패션 옷이다. 모델인 지코가 착용한 제품 화보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고, 완판됐다. 이 덕분에 출시 34년이 되어 ‘추억의 과자’로 여겨지던 꽃게랑은 10대들에게 가장 ‘힙(hip)한 과자’가 됐다.

굿즈의 생활 활용도도 높아졌다. 그동안 기업에서 내놓는 굿즈는 재미는 있지만 실용성은 없어 ‘예쁜 쓰레기’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디자인의 재미와 실용성을 모두 갖추었다. 대선주조는 지난 8월 19일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대선 비치타올 세트를 선보였는데 이 역시 모두 완판되고 8월 27일부터 2차 판매가 시작됐다. 지난해 대선주조가 지역 신발 브랜드 콜카(KOLCA)와 함께 협업해 제작한 슬리퍼 굿즈가 완판한 데 이어 2년 연속 성공적인 성적이다. 최한기 대선주조 홍보팀장은 “재미 요소를 생각하면서도 실용적인 측면에도 집중했다”며 “여름철을 겨냥한 굿즈이기 때문에 슬리퍼와 비치타월을 제작하게 됐고 예상보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이 잇따라 굿즈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허태윤 한국외국어대 정치언론행정대학원 객원교수(광고학)는 “굿즈 판매 기능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수익 모델, 두 번째는 웃음이 나는 굿즈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호감을 올리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굿즈는 팬덤 현상에서 처음 시작했다.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얼굴 또는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구입하며 스타 굿즈가 인기였다. 팬들이 스타 굿즈를 사용하며 팬심을 키우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브랜드 굿즈를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도를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JTBC play를 기획한 김혜진 JTBC 브랜드실장은 “방송국 내부가 아닌 외부 지역에 따로 건물을 임대해 굿즈를 판매한 것은 JTBC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TV프로그램을 유튜브를 통해 보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JTBC 프로그램 ‘아는 형님’, ‘효리네 민박집’ 등은 알면서도 이 프로그램이 어느 방송국 프로그램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JTBC만의 특징, 아이덴티티를 보여 줄 수 있는 굿즈를 판매하면서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국 브랜드를 MZ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장 인기 있는 굿즈는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판으로 제작한 키링인데, 방송국에서 볼 수 있는 직업을 영어로 새겨 넣어 스타일을 더했다. 1차로 제작한 제품은 모두 완판해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이야깃거리로, 기업은 소통창구로 활용

기업은 굿즈를 MZ세대 소비자와의 소통창구로도 활용한다. 빙그레는 꼬뜨게랑 패션 굿즈 출시 이후에 SNS를 통해 다음 이색 굿즈 아이디어 이벤트인 ‘꽃게랑 이거 꼭해랑’을 열었다. 이벤트 결과 꽃게랑 치킨, 꼬뜨뚜왈렛 향수, 바르시게 선크림 등 소비자들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는데 최종 일등 아이디어는 실제 굿즈로 출시할 예정이다. 동아오츠카 역시 SNS를 통해 MZ세대와 가상의 굿즈인 데자와 파운데이션, 데미소다 아이스크림, 포카리스웨트 운동화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등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들은 기업이 내놓은 굿즈를 하나의 재미난 이야깃거리로 여기고 SNS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놀이하듯 즐긴다. 예를 들어 요즘 MZ세대는 단순히 명품 향수를 SNS 게시물로 올리는 것보다 칠성사이다에서 내놓은 사이다 향의 향수를 설명하는 등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출시한 동전지갑, 소주회사에서 제작한 비치타월 등 상상치 못한 기업에서 출시한 제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굿즈 마케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허 객원 교수의 설명이다. “굿즈는 다시 보면 ‘원 소스 멀티유즈’ 전략이다. 기업의 주요 상품이 있고 이를 활용해 부수적인 제품이 나오는 것이 굿즈다. 그런데 이때 ‘원 소스’에 해당하는 기본 주요 상품이 품질이 좋지 않고 제대로 된 상품이 아니라면, 부수적인 굿즈 역시 인기를 끌 수 없다. 굿즈 마케팅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주요 제품이 기본적으로 튼튼한 기업에 한해 인기가 지속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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