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기금형 가입자보호는 가입자교육에서 출발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05 14:00

업데이트 2020.09.05 21:11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64)

퇴직연금제는 가입자의 노후 복지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핵심은 정부의 세제 지원 아래 가입자의 퇴직적립금을 활용해 자신의 책임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입자의 책임으로 자산을 증식한다는 부분이다. 그 자산 증식의 장이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금융지식이 일천한 우리나라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래서 아래의 〈그림1〉과 같이 전체 적립금 221조2000억원 중 원리금보장형은 198조2000억원(89.6%, 대기성자금 포함)이었고 자본시장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실적배당형은 고작 23조원(10.4%)에 머물고 있다.

수익률 추이를 제도별, 운용방법별로 살펴보면 〈표1〉과 같다.

이러한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려고 지난 8월 24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한정애의원 등 13인)이 입법 예고됐다. 그 취지는 제도 운용의 책임성과 함께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금형 운용방법을 도입해 노후생활보장 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금형이라는 것은 지금도 퇴직연금제도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여기는 가입자를 더 난감하게 만들 만큼 난해한 제도다. 한마디로 말하면 현행 기업이나 근로자의 자산운용 책임을 신설하는 수탁법인으로 이전하고, 투자 전문가를 참여시켜 수익을 더 높이자는 것이다. 수탁법인은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그리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물론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탁법인에게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와 사용자 및 가입자의 이익을 위한 충실 의무, 운용계획서에 따른 적립금 운용 의무 등 근로자의 수급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수탁자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기금형이 도입될 경우 가입자의 권익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가입자를 위한다는 것이 가입자 참여가 배제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기금형이 가입자를 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사용자 및 가입자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가 여하히 발휘되어야만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가입자의 이익에 어떻게 충실할 수 있는가'이다. 기금형이 도입되면 가입자는 개별적 적립금 운용방법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위임만 하는 구조가 되고 수탁법인이 운용한 결과만 받아 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가입자를 위한 제도인가' 의문이 생긴다.

현재보다 수탁법인을 운용하기 위한 비용은 더 높아지고, 내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입자는 자산운용에 깜깜이가 되기에 십상이다.

수탁법인의 자산운용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탁법인이 직접 가입자 교육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수탁법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감시자는 가입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pikist]

수탁법인의 자산운용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탁법인이 직접 가입자 교육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수탁법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감시자는 가입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pikist]

여기서 우리는 가입자 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가입자 교육의 부실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사용자가 가입자 교육을 사업자에게 위탁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사용자의 책임 회피다.

기금형이 된다면 이런 위탁 교육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수탁법인의 자산운용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탁법인이 직접 가입자 교육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와 충실의무의 존재 이유는 가입자 이익 극대화이므로 수탁법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감시자는 가입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기금형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가입자 교육을 위탁시키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모름지기 어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 소비자의 이해와 수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갈등만 초래하고, 거래비용의 증대를 가져오며, 제도 참여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만연하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 운용자와 제도 소비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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