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만 청원 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72만원 보험금 챙겼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05 11:15

업데이트 2020.09.05 11:31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지난 7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지난 7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응급 상황에 있던 환자가 탄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사고를 낸 뒤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가 72만원의 보험금을 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은 사회적 공분을 사 70만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전날 오전 최모씨의 공갈미수, 사기,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지난 6월 8일 택시를 운전하다 사설 구급차가 최씨가 운전하던 택시 앞으로 천천히 끼어들자 고의로 부딪혔다"면서 "이후 환자 보호자 등이 명함을 주면서 연락처를 제공했음에도 '사건 처리가 먼저'라며 구급차를 막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응급환자의 이송업무를 11분간 방해했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했음에도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속여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하도록 했다"면서 "이로써 최씨는 보험금으로 차량수리비 72만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고 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응급 환자의 이송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와 허위로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과실치사 등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7월 3일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달라"며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청원 캡쳐]

지난 7월 3일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달라"며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청원 캡쳐]

앞서 최씨는 지난 6월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환자를 이송하던 사설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고 10여분간 앞을 막아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족 등에 따르면 이 구급차는 79세의 폐암 4기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던 중이었으며 환자는 다른 119구급차로 옮겨져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5시간 만에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아들 김모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해당 청원 글은 73만6000여명의 동의를 받았으며 택시기사 최씨는 지난 업무방해와 특수폭행,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30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한편 최씨가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보험금 사기 등을 상습적으로 저질러온 정황이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9월 25일까지 교통사고의 충격이 가벼운 수준임에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4회에 걸쳐 4개의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합의금 및 치료금 명목으로 합계 약 1719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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